文 정부에 다시 조명되는 ‘두 무현’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문구를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지난해 개봉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다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잘려나간 30분을 더 보태 다시 오는 30일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빠’들은 지난해 봄 한 포장마차에 모여 “노무현이 다른 대통령 보다 특별히 뭘 더 잘못 했느냐?” “노빠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라는 말에 동의 한다” 등 그동안 가슴에 품었던 말들을 쏟아낸다.
2000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의 영상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노무현 입니다>에서 보지 못한 영상도 많이 삽입되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동서화합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당시 노무현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유세 장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당시 허태열 후보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호남과 영남의 지역감정은 다르다며, 영남이 지역감정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2016년 여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한 시사만화가 백무현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는 군주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맹자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또 다시 2000년 부산 노무현 후보의 영상으로 넘어간 화면에는 안희정 사무장과 문재인 변호사 등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노 후보는 본인이 일정을 차면 종교시설에 방문하지 않겠지만, (참모들이 짜준) 일정대로 움직이다 보니 종교시설에 방문해 의식에도 참여하게 된다며, 타협할 일과 타협하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전 청와대 전속사진사였던 장철영 작가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만큼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은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이명박 정권의 요청으로 1년 더 청와대에 남아있게 되었을 때 100명 중 99명이 배신자라고 욕할 때, 노 전 대통령만이 “전문직이고 기술직이니, 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며 “욕 하지 말라”고 했다고 회상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여러 사람의 여러 도전이 축적 되서 우리 사회가 변화해 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도전이 하나의 싹을 틔운 만큼 그 싹이 잘 자랄지 지켜봐 달라고 말하는 노무현 후보의 말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결국 16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대신 허태열 후보가, 20대 총선에서는 백무현 후보 대신 주승용 후보가 각각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두 후보는 기존 철옹성 같은 후보들에 대항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이유가 기성 정치판을 바꾸고,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관객수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서두에 말했듯이 시대가 변한 만큼 당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태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 또 다시 개봉을 앞둔 가운데, 지난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강해 재개봉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 파이널 컷을 선보이게 됐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만들더라도 기획의도가 왜곡되거나 편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최종판을 통해 관객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영화에 현재성을 더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최종판에는 백무현 후보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오무현과 함께했던 현재의 정치인들의 모습,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시민들의 촛불집회 모습까지 더해졌다.
때문에 지난해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이미 본 사람도 이번 최종판을 다시 봐도 좋을 듯 하다.
과연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이 <노무현 입니다>의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