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불편한 진실
1998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소 190마리가 갑자기 죽었다. 사람들 중에는 이가 검게 변한 이들도 있었다.
이에 농장주인 윌버 테넌트가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롭 빌럿에게 소송을 맡겼다.
대기업을 변호하던 롭은 이제 반대로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는 농장주가 직접 촬영해 가지고 온 비디오를 본 후 듀폰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역시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기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법원을 통해 듀폰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는데 그 양이 너무 방대해 자료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지쳐서 포기할 정도의 자료를 보내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료를 들여다 본 그는 듀폰이 독성 화학물질인 P.F.O.A.를 무단 방류한 사실을 알아내고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04년 듀폰은 정보 은폐 혐의로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벌금 192억7천만원을 추징당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듀폰이 무단방류한 P.F.O.A.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걸 입증해야 했다. 이에 롭은 1인당 400달러씩을 주고 주민들로부터 채혈을 했다.
무려 69,000건의 샘플이 채취됐으나 샘플의 양이 너무 많아 이를 분석하는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2015년 듀폰을 상대로 3,535명이 단체 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7년 드디어 처음 문제 제기된지 20년 만에 듀폰에게 8천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천주교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한 지역신문사의 이야기를 다뤘던 <스포트 라이트> 제작진이 만든 영화로, 이번에도 역시 실제 사건을 토대로 영화를 제작했다.
눌러 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만들기 위해 물을 밀쳐 내는 성분인 P.F.O.A.로 코팅을 하는데, 문제는 이 성분은 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고콜레스테롤, 궤양성 대장염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듀폰 측은 이미 실험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이를 그동안 은폐해 왔던 것.
뿐만 아니라 P.F.O.A는 프라이팬 외에도 밥솥, 에어프라이기, 카메라 렌즈 등 우리 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인체에서 분해되기 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전 세계 인구의 99%가 이미 P.F.O.A.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미 듀폰 측이 소송을 당했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뉴스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긴 했으나, 유럽과는 달리 여전히 이와 관련한 규제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 당국에서 P.F.O.A.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나 그동안 잘 몰랐던 문제를 다룬 영화 <다크 워터스>는 다음 달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