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 상황을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길
2004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면, 오는 26일 개봉하는 일본 리메이크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는 코미디 보다 감성 멜로가 강조된 영화다.
원작과 동일하게 하와이에서 촬영했으나, 원작의 남자 주인공 헨리의 직업이 여행가이드 겸 수의사인 반면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 다이스케의 직업은 여행가이드 겸 천문학자라는 점이 다른 점이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 역시 원작에서는 ‘루시’이지만,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루이’로 살짝 바꿨다. 다만, 두 사람이 카페에서 처음 만난다는 설정은 그대로 따랐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하와이에 여행을 갔다 온 여자들은 하나 같이 ‘유게 다이스케’(야마다 타카유키 분)라는 여행가이드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다이스케는 자신이 스파이라느니 둘러대며 원나잇 스탠드만 즐기고 차 버린다.
게다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우주인이 두고 간 신비한 돌을 만드는 등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그이다.
그런 그의 앞에 우연히 루이(나가사와 마사미 분)라는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고, 그는 첫눈에 반한다.
그는 특기를 살려 그녀와 안면을 트는데 성공하고, 결국 데이트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루이는 다음 날 그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루이의 가족들은 그녀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매일 사고 전날의 일상을 반복한다.
그녀의 사정을 안 다이스케는 (이미 한 번 경험이 있으므로) 루이를 꼬시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접근해도 차이자 매번 방법을 달리해 루이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다이스케에게 다시는 딸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다이스케는 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연을 가장해 그녀에게 접근한다.
한편 루이는 우연한 기회로 지금이 사고 이후 한참 지났음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루이에게 주치의는 ‘10초 톰’이라는 10초 만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환자를 소개해 주고, 루이는 다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DVD를 통해 매일 아침 루이에게 기억을 되살려 주면서 사귀던 다이스케는 ‘첫 키스’만 수십 번을 하면서도 정작 (이제 첫 키스했는데 성급한 것 아니냐는 루이 때문에)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이에 어느 순간부터 다이스케가 루이의 마음을 얻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한 루이는 다이스케에게 이별을 제안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지막’ 첫 키스를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 하와이인 것은 1년 내내 날씨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을 똑같은 날로 살아가는 루이를 속이기 위해선 날씨의 변화가 없는 하와이가 제격이다.
그녀 입장에선 늘 사고 전날인데 언제는 낙엽이 지고, 언제는 눈이 왔다가 언제는 폭염으로 고생한다면 뭔가 수상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루이가 자신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알면 슬퍼하거나 충격을 받을까 싶어 매일 사고 전날의 신문과 TV 뉴스를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루이를 기만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한 것을 막기 때문이다.
흔히 불치병에 걸리게 되면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나면 나중에 자신의 상황에 적응해 나가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루이의 가족들은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우(愚)를 범했다.
반면 다이스케는 처음에 루이의 외모에 반해서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정을 들은 후 진정으로 그녀를 돕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그녀가 자신의 병을 이겨내며 잘 적응해 갈까 고민한다.
천문학자로서의 꿈을 지닌 그는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위한 정진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그녀가 스스로 이 상황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몰두한다.
그런 그의 진정성을 본 루이의 아버지는 끝내 자신의 딸과 교제를 허락한다. 단순히 그녀가 자고 나면 어제 일을 기억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해 원나잇 스탠드나 하려던 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루이의 병은 여전하지만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며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지금 처한 상황이 절망적이어도 좌절하지 말고 거기에 맞춰 극복해 나가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참고로 여자 주인공 루이 역은 영화 <은혼>, <산책하는 침략자>, <너의 이름의.> 등에 출연한 나가사와 마사미가 맡았고, 남자 주인공 다이스케는 영화 <전차남>, <태양의 노래> 등에 출연한 야마다 타카유키가 맡아 때론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때론 유쾌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추천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