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 하다 쫄딱 망한 그녀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이자 영화배우였던 소냐 헤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퀸 오브 아이스>가 26일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기자시사회 통해 공개됐다.
어린 시절 오빠와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소냐 헤니(이네 마리 빌만 분)는 스포츠 스타가 되고, 1936년 지금 보다 더 명성도 얻고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오빠(엘다르 스카르 분)를 두고 혼자 미국에 갈 수 없다는 그녀는 오빠의 권유로 결국 LA로 떠난다.
그녀의 매니지먼트사는 1주일 동안 대대적으로 신문에 그녀의 아이스쇼 광고를 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쇼를 마친다.
큰 인기를 얻게 된 소냐는 배우가 되겠다며 21세기 폭스사를 찾아간다.
특정영화에 7분 정도 단독 출연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그녀는 자신은 이미 스타라며 주연급으로 4편의 영화를 계약하자고 역제안 하고, 결국 성사시킨다.
이때부터 소냐는 서서히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냐가 주연을 맡은 스케이트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 어느 날 밤 소냐의 발 마사지를 해 주던 아버지(안데르스 모르달 분)가 갑작스레 사망한다.
소냐는 곧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예전처럼 미국 곳곳을 돌면서 성황리에 쇼를 마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그녀는 (예전 사업이 망해서 백수인) 오빠에게 사업가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다.
1951년, 결혼한 소냐 앞에 5살 때부터 친구인 닐스(팔 스베르 하겐 분)가 소냐의 오빠와 나타나서는 소냐의 매니저인 아서가 다른 선수와 쇼를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이에 화가 난 소냐는 아서(말콤 아담스 분)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남편과 함께 홀로서기를 하려 한다.
하지만 소냐는 인기하락과 계약해지, 소송 등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다.
결국 빈털터리가 된 소냐는 남편과도 헤어지고, 그동안 자기 돈을 마구 가져다 쓴 오빠에게 가지만 오빠는 “너에게 줄 돈이 없다”며 배짱을 부린다.
이에 그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공연을 하겠다며 제작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버린다.
이게 화근이 되었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오빠와도 사이가 나빠진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그녀는 닐스와 단둘이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한다. 죽마고우인 닐스는 소냐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건네지만 소냐는 제대로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가 야심차게 선보인 <빙상의 휴가> 공연 도중 벌어진 그녀의 실수로 인해 큰 망신을 당한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녀는 자신의 비서인 코니(발렌 케인 분)에게 막말을 하고, 결국 코니마저 떠난다.
몇 년이 지난 1956년 소냐는 닐스와 결혼했고, 1969년 남편 닐스 곁에서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
1912년에 태어나 1969년 사망한 탓에 요즘 세대에겐 낯선 존재이긴 하지만, 그녀의 삶이 얼마나 화려했는지는 이 작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심지어 히틀러조차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팬이었을 정도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그러나 끝없이 치솟는 오만함으로 인해 결국 가족들과 매니저, 비서까지 모두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가 죽기까지 그렇게 친했던 친오빠와 연락조차 없이 살았다고 하니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은 그녀가 가엽기까지 하다.
특히 그동안 자기의 힘만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줄 알던 그녀가 매니저인 아서와 결별하자마자 각종 소송과 계약해지, 부실공연 등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그녀의 남편이 곁을 떠난다.
사랑 보다는 돈 때문에 그녀와 살았던 소냐의 남편은, 소냐가 빈털터리가 되자 미련 없이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런 걸 보면 돈 좀 잘 벌고, 인기 좀 있다고 사람이 거만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포츠 스타이자 무려 12편의 영화를 찍은 배우였으며, 많은 돈을 벌었던 그녀이지만 오만방자한 태도 때문에 말년에 어렵게 살게 된 소냐 헤니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