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뒤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이들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꽤나 잔인하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정도는 평범한 수위일 정도로 그야말로 ‘피 튀기는’ 장면이 가득하다. 만약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굳이 보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잔인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는 하다.
평소 폭력적인 것이 싫어서 하다못해 동물에게 조차 폭력이 가해지는 게 싫어 채식만 먹는 마일즈(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작은 게임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
그는 툭하면 사장에게 깨지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항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스키즘’이라는 사이트에선 이른바 ‘키보드 워리어’로 활동할 정도로 반전을 선보인다. 그동안 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가상공간에서 과감히 표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스키즘’이라는 사이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실제 살인을 일삼는 ‘라이브 킬링 게임’ 사이트라는 점이다.
영화나 게임이 아닌 실제로 살인이 이뤄지지만 이를 인터넷 중계로 보는 이들은 현실감각을 상실한 채 열광한다.
어차피 나한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니 진짜로 사람이 죽던지, 가짜로 죽던지 그런 건 굳이 개의치 않는다.
이른바 ‘나만 아니면 돼’ 정신에 입각해 스키즘에 열광하는 시청자들과 시청자 수에 민감해 하는 운영진은 결국 더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낸다.
평소 스키즘 사이트에서 험한 말도 서슴치 않던 마일즈를 타겟으로 삼아 스키즘 내에서 백전백승의 승률을 자랑하는 ‘여전사’ 닉스(사마라 위빙 분)와 강제 대결을 시킨다.
굳이 누구와 싸우고 싶지도 않은 마일즈는 대뜸 자신에게 총질부터 해대는 닉스로부터 무조건 도망친다.
하지만 스키즘 운영진이 자신의 양손에 권총을 (못으로) 박아둔 탓에 어쩔 수 없이 총질도 몇 번 하게 되고, 그러면서 둘의 대결은 본격화 된다.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고 싶은 스키즘 운영진은 마일즈의 전 여자친구 노바(나타샤 류 보르디초 분)를 납치한다.
마일즈는 이제 진짜로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닉스와 싸워야 하는 처지에 처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서두에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피 튀기는’ 액션이 난무한다.
통쾌하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잔인하다는 평가가 조금은 더 어울린다.
이 영화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뒤에 숨어서 인간성을 상실한 채 극악한 짓을 서슴치 않는 이들을 꼬집는다.
평소 현실세계에선 그러지 못했을 사람들이 이른바 ‘박사방’ 안에서 성 착취 영상을 보며 열광하고, 그중 일부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강간을 마치 게임처럼 즐기기도 했다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와 박사방 사건은 매우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단지 소통의 창구이지 다른 세상이 되어선 안 된다.
나의 인격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똑같은 것이지 온라인상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이 영화 충분히 볼만하다.
영화 <건즈 아킴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