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로 살아야 했던 이유는?
작은 동네로 이사 온 미소년 미카엘(조 하란 분). 이웃집에 사는 리사(진 디슨 분)는 그에게 반해 같이 놀자며 동네 아이들 무리에 끼워준다.
축구도 잘 하지, 꽃미남이지 리사는 미카엘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하다.
다들 쉬는 시간에 잔디밭에 서서 소변을 보는데 미카엘은 혼자 숲속에 들어가 해결하고 나온다.
좋게 보면 부끄러움도 알고, 공중도덕도 아는 남자처럼 보이지만 또래 남자들이 볼 때는 여자 같은 남자 취급받기 딱이다.
그렇다. 사실 미카엘의 진짜 이름은 ‘로레’다. 남자인 척 했지만, 귀엽고 예쁜 여동생(말론 레바나 분)과 자매 사이다.
숲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다가 다른 남자애에게 발각된 까닭에 축구하러 며칠 안 나갔더니 당장 리사가 집으로 찾아와 미카멜을 찾는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것처럼 로레의 동생 잔은 너무도 태연하게 미카엘 오빠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작 로레의 부모는 ‘미카엘’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딸이 밖에서 어떤 삶을 사는지 눈치도 못 채고 있다.
영화 <톰보이>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처럼 살 수밖에 없는 한 소녀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 생각해 보게 한다.
동네 아이들과 그렇게 친해도 리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축구에 끼워 주지도 않지만, 오늘 이사 온 미카엘은 남자라는 이유로 바로 같이 어울려 공을 차며 논다.
여자 축구팀도 있는 세상이지만, 그리고 설령 체력 차이가 난다고 해도 돈 내기도 아니고 심지어 승패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기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사는 ‘여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남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여자인 리사가 할 수 있는 건 끽해야 벤치에 앉아 응원하는 게 전부다.
그런 차별이 싫었던 로레는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이며, 머리며 남자처럼 꾸미고 다닌다.
자기 입으로 한 번도 남자라고 말한 적은 없으나, 그의 행색이며 ‘미카엘’이라는 이름 때문에 다들 그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같이 어울린다.
사실 관점에 따라 미카엘은 ‘미소년’이지만, 로레는 ‘선머슴’이다. 사람은 같은데 그의 성별에 따라 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어쩌면 그래서 ‘로레’는 ‘미카엘’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머슴’에겐 저래서 시집가겠냐는 말을 하며 여성다움을 강조하지만, ‘꽃미남’에겐 많은 여성들이 러브콜을 보낸다.
똑같은 외모인데 그녀의 옷 속에 감춰진 성기(性器)의 모양 하나로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하고, 인기남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성장영화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영화 <톰보이>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