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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날로그 감성도 필요하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 스틸컷

다른 영화에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회춘하거나 혹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거나 무선통신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사람이 소통하지만,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한 세트 안에 의뢰인이 가고 싶은 과거를 재현해 두고, 재연배우를 투입해 연기를 통해 과거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는 설정이다. 돈이 문제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인 빅토르와 달리 그의 부인 마리안은 최첨단 기술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녀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끌고,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한다.

남편과 나이는 비슷하지만 언제나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까닭에 빅토르에게 ‘영감 냄새’가 난다고 구박하기 일쑤다.

그러더니 결국은 빅토르가 삽화를 그리는 신문사 편집장과 바람도 났다. 그녀가 바람이 난 이유는 자신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남자에게 사족을 못 쓰기 때문이다.

빅토르는 예전에 처음 마리안을 만났을 때가 그립다. 지금처럼 영감 냄새가 나네 뭐하네 하면서 구박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자기 아들이 건넨 ‘초대장’을 들고 아들 친구 앙투안이 운영하는 시간여행 업체에 찾아간다.

그는 처음 아내를 만났던 카페의 내부와 그 안에서 나눴던 이야기 그리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등을 세세히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1974년 5월 16일로 돌아가 아내 마리안을 만난다.

마리안 역을 맡은 재연배우 마고와 ‘연기’를 하던 그는 당시의 풋풋했던 감정이 샘솟는 걸 느낀다.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진짜로 예전 젊었을 적의 아내 같다는 생각에 그는 이 시간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어 이틀 더 연장한다. 무려 2만 유로(한화 약 2,650만원)나 되는 큰돈을 내고서 말이다.

솔직히 평생 신문 삽화나 그려온, 심지어 이젠 그 일마저 안 하는 그에게 거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의 열망이 더 컸기에 돈은 중요치 않다.

그리고 그는 점차 마고를 재연배우가 아닌 진짜 아내 마리안처럼 착각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런 그가 마고는 부담스러워 또 다른 연기를 통해 그를 떼어 내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안은 젊은 여자와 스킨십을 했다는 소리에 갑자기 남편 빅토르가 꽤 괜찮아 보인다.

사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애인은 잘 때마다 옆에서 매번 코를 고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진짜로 코 못 골게 그냥 입이고 코고 확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 보면 40년 넘게 같이 살은 남편은 코도 안 골지, 아직까지 젊은 여자가 스킨십을 할 정도로 매력 있지 생각해 보니 구관이 명관이지 싶다.

이에 마리안은 대역이 아닌 실제 본인이 직접 처음 빅토르를 만났을 때로 돌아가 둘이 다시 카페 벨에포크에서 만나 당시를 회상한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모든 것이 자동화 되어 가는 최첨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비록 지금보다 과학기술은 덜 발달했어도 더 따뜻한 감성이 있고, SNS가 아닌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넘치던 그때가 더 좋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은 SNS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상대는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잘 나가는 사업가가 된 앙투안 역시 과거 자신이 어릴 적에 부모조차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친구 아버지인 빅토르가 보여준 관심 덕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비록 빅토르의 삶이 누군가에겐 돈도 제대로 못 버는(심지어 아내는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여서 더 비교된다) 반 백수건달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는 아들 친구에게 책도 빌려주고, 인생의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귀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비록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긴 했으나 앙투안은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아날로그 감성도 우리 삶에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를 추억하기에 참 좋은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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