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차별과 현실 잘 보여줘
여성 대통령이나 수상(首相)도 많아진 세상에서 여전히 여성에겐 문턱이 높은 곳이 있다. 바로 스포츠계이다. 수영이나 육상, 농구 등 많은 종목에서 여성들도 활발히 선수로 참여 중이지만 일부종목은 여성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야구소녀>는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여고생 주수인(이주영 분)에게 취미로나 즐기라며 선수 생활을 가로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그렸고, 지난 6일 개봉한 <슈팅 걸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자중학교 축구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작품 모두 ‘여자’이기에 야구나 축구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영화 <싸커 퀸즈> 역시 ‘여자 축구선수’의 고충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동부 혹은 북부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클루리에는 특별히 축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도시다. 이곳 주민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이 작은 마을의 축구팀 SPAC은 리그 챔피언 클럽이다.
총 4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1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은 난동을 부린다.
심판은 물론 상대팀 선수 게다가 하다못해 같은 팀 코치까지 때릴 정도로 정신없이 싸운 탓에 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 모두 출장(出場) 금지 처분을 받는다.
문제는 이 작은 마을에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넘어 이대로 가다간 아예 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마르코 코치는 궁여지책으로 여성들로 선수단을 꾸린다. 하지만 패스조차 제대로 못하는 오합지졸(烏合之卒) 여성 축구선수들은 웃음거리를 넘어 비난과 차별에 시달리게 된다.
구단주인 남편은 어떻게든 아내가 축구를 못 하게 하기 위해 훼방을 놓지를 않나, 관중들은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을 한다.
아내가 이런 취급이나 당하는 걸 보자 남편들은 더 속이 터져서 당장 축구를 그만두라며 성화지만, 이들은 굴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다.
설상가상으로 협회 측은 ‘여자 선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의 경기는 득점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제작진이 만든 영화 <싸커 퀸즈>는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선수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잘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모든 걸 타파해 내고 값진 우승을 거머쥐었다’가 아니다. 이상 보다는 현실을 택했다.
실제로 축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브리나 오자니(산드라 역) 외에 다른 배우들은 모두 축구를 해 본 적이 없던 탓에 전직 축구선수들로부터 훈련을 받으며 준비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 더해 감독이 쓴 대본을 여성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맛깔나게 각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캐서린(로르 칼라미 분)의 집에서 여자 선수들이 티타임을 갖는 장면에서의 대사를 여자가 아니면 모를 여자들의 대화로 바꿔 놓았다.
이렇게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 <싸커 퀸즈>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