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 없는 오늘은 ‘굿 타임’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유달리 다른 날보다 많은 돈을 벌던 인력거꾼 김첨지에게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운이 찾아오면서 반어법이 된 것처럼, 영화 <굿 타임>도 사실은 반어법을 가진 제목이다.
지적장애 동생 닉(베니 사프디 분)과 함께 은행을 털어(사실 그 금액이 불과 65,000불인 것은 너무 소심해 보인다) 지긋지긋한 뉴욕을 떠나 한적한 곳에 가 살려던 코니(로버트 패틴슨 분).
하지만 가방에서 갑자기 빨간 가루가 폭발하면서 돈은 물론 얼굴과 옷까지 엉망이 되고, 결국 동생 혼자 경찰에 체포된다.
동생을 보석으로 빼내기 위해 훔친 돈을 보석 보증인에게 가져다주지만, 지폐가 훼손돼 돈이 부족하다.
갑자기 13,000불이나 되는 큰돈을 구하기가 막막해져 여자친구 코리(제니퍼 제이슨 리 분)를 찾아가지만, 코리의 모친이 카드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나머지 금액을 맞추기가 힘들어 진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유치장에서 싸움이 붙어 병원에 있다는 동생을 몰래 빼 오기로 마음먹고 병원으로 향한 코니.
병실 앞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 방이 동생의 병실이라 굳게 믿고 어렵게 병원에서 빼돌리는데 성공하지만, 막상 데려오고 오니 동생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다.
자신과 동생의 범행이 온 세상에 알려져 연신 수배 뉴스는 쏟아져 나오지, 훔친 돈은 동생 보석금으로 다 써버렸지, 보석금이 모자라 몰래 빼내온 사람은 동생이 아니지. 어쩌면 이리도 뉴욕을 떠나기 딱 좋은 때(good time)일까.
100분의 러닝타임 중 45분이나 차지하는 배경음악은 보는 이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카메라 워킹이나 화면은 영화 <트랜스포팅>을 연상시키는데 그런 이유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굿 타임>은 다음 달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