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 진다?
사실 이 영화, 한국판 제목에 속았다. 원제는 ‘모탈(mortal)’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레전드 오브 토르’라는 부제를 달았다.
시놉시스의 내용도 꽤 그럴 듯 했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한 남성이 자신의 능력이 북유럽 신화와 연결된 걸 알게 된다고 적어 놓았다.
제목과 시놉시스만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어벤져스 멤버 중 한 명인 ‘토르’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가 아닌 20%는 부족해 보였다.
1일 오후 기자시사회를 개최한 영화 <모탈: 레전드 오브 토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르이 멋진 장면은 없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주인공이 자신이 ‘토르의 후손’임을 깨닫고 토르의 망치를 찾아내 사용하긴 하나, 영화에 등장하는 CG가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나 토르 시리즈의 CG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르웨이 출신의 감독이 의도했던 건 우리가 아는 ‘마블 캐릭터’ 토르가 아닌 노르웨이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
이에 감독은 최대한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해 기존 토르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전설 속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영화 속 토르의 후손인 에릭은 화가 나면 자신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날씨까지 뒤바꿔 놓지만 성품은 착한 인물로 혼란스러움과 강함, 미스터리와 위험, 분노, 상처 받은 영혼을 모두 가진 캐릭터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까지 각국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 결과 제작진은 만장일치로 영화 <안녕, 헤이즐>과 <인턴>, <데스 노트> 등에 출연한 냇 울프를 선택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얼핏 에릭은 위험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남을 해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잠시 약국에 들린 크리스틴(이븐 에이커리 분)이 차로 돌아오는 동안 뭔가를 생각하다 화가 난 자신 때문에 그녀에게 해를 입힐까 싶어 얼른 차에서 내려 그녀와 멀리 떨어질 정도로 성품은 착한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엔 단순히 그의 초능력이 무서워 그를 통제 하에 두려던 미국의 장교 해서웨이(프리앙카 보세 분)는 나중에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미국의 국교(國敎)인 기독교가 흔들릴까 싶어 그를 제거하려 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노르웨이 신화 속 토르의 이야기를 통해 악인은 결국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모탈: 레전드 오브 토르>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