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객 걱정 없이 상상의 나래 펼치다
영화감독들이 방송사(MBC)와 OTT(웨이브)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TV용 영화를 제작했다. 그것도 무려 8편이나 되는 SF물을 말이다.
SF 영화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현란한 CG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한국영화 1편 제작비로 무려 8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TV 방영을 목표로 하기에 러닝타임을 50분 내외로 조정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한국형 SF 영화를 제작하고 관객이 없을까 속앓이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MBC라는 거대 지상파 방송사가 전국민에게 ‘공짜로’ 방송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니 관객몰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방송 보다 한 달 앞선 오는 10일 방송3사가 합작해 설립한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가 가입자들에게 여덟 작품을 동시에 선공개한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자백> 등을 연출한 최승호 전 MBC 사장이 영화감독 자격으로 감독조합 행사에 왔다가 MBC와 영화감독들의 협업을 제안해, 새로운 시도에 목 말러 있던 감독들이 의기투합해 ‘시네마틱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면서 이뤄낸 성과다.
8명의 감독이 8편의 SF 영화를 만든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SF8>.
영화 <허스토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배우 이유영, 예수정과 함께 AI 간병인이라는 소재를 다룬 <간호중>을 선보인다.
또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은 이동휘, 이연희와 함께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를 신처럼 떠받드는 사회를 그린 <만신>을, <아워바디>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한가람 감독은 이시영, 하준 주연의 <블링크>를 통해 인공지능 형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정우성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연출했던 이윤정 감독은 배우 김보라, 최성은과 함께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에서 경제력에 의해 수명의 기간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우주인 조안>을 선보이고, <죄 많은 소녀>를 연출했던 김의석 감독은 문소리, 장유상을 캐스팅해 죽은 아들을 부활시킨 여자가 부활한 게 아들인지 인공지능인지 헷갈려 한다는 <인간증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를 연출했던 안국진 감독은 배우 이다윗, 신은수와 함께 지구멸망이 1주일 남았다는 설정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를 선보일 예정이고, <작업의 정석>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가수 출신인 유이, 최시원 주연의 <증강콩깍지>를 통해 가상연애를 다룰 예정이다.
끝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흥행에 성공했던 장철수 감독은 역시 가수 출신인 안희연(하니)과 배우 신소율을 주인공으로 한 <하얀 까마귀>를 통해 가상 세계에 갇힌 BJ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인다.
8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SF8> 총괄 기획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미리 투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하고 싶은 주제와 배우로 작업할 수 있어서 감독들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주인 조안>을 연출한 이윤정 감독은 “관객들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작업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고, <블링크>에 출연한 하준은 상상하는 대로 제약 없이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그동안 TV나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소재를 SF라는 장르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 작품을 투자받을 수 있을까? 상영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고 이미 투자와 방송이 확정된 상태에서 제작에 임해 감독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때문에 아마도 앞으로 이런 방식의 영화 제작이 자주 시도되지 않을까 싶다.
시네마틱 드라마 <SF8>은 오는 10일 웨이브(wavve)를 통해 8편 모두가 동시에 공개되며, 8월 중 MBC TV를 통해 방송도 될 예정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