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변호사, 수 천 명의 여성을 구하다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주디 우드(미셀 모나한 분)는 캘리포니아로 터전을 옮겨 이민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새로 일을 시작한 로펌에서 비자문제로 1년간 구금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림 루바니 분)의 변호를 맡게 된다.
구금 상태에서 약물 투여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를 정도로 망가진 그녀의 모습을 본 주디는 그냥 추방시키라는 대표의 말을 무시한 채 어떻게든 아세파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애쓴다.
하지만 왜 자꾸 헛된 희망을 심어주려 하냐는 대표(알프리드 몰리나 분)와 의견 충돌로 결국 로펌을 관두게 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아세파의 변호를 맡게 된 주디는 소녀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똑똑하고 진보적이었던 아세파는 탈레반에 의해 몹쓸 짓을 당하고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비자 때문에 강제 출국될 위기에 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주디의 노력으로 아세파는 구금시설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구금에서 풀려난 후 미국으로의 망명을 위한 재판을 받게 된 아세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 자신이 겪은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 하고, 판사는 이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소수 종교나 소수 민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망명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 망명법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는 보호할 수 없고, 박해를 받았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해야만 망명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그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면 그녀는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단지 여성도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순회재판부에 항소한 주디는 아세파가 아프가니스탄 감옥에서 강간을 당한 것은 단지 여서이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위험인물이기에 강간을 당했다며, 그녀의 망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재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아세파의 망명은 허가 됐고, 이 판결로 수 천 명의 여성이 망명을 해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인트 주디>는 정치적 위협은 보호하지만 이슬람 여성이 겪는 위협은 보호하지 않는 미국의 망명법을 뒤집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는 변호사 주디 우드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호받아야 한다. 그게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혹은 아동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단지 여성이 교육을 받고, 사고(思考) 할 능력을 가지려 한다는 이유로 존엄을 빼앗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남성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 교육의 선구자를 잡아들이고, 구타와 강간까지 일삼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히 이런 일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는 걸 입증할 수 없어 불허한다는 판결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이기도 한 주디의 투쟁으로 더 이상 미국에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자기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남자가 말하는데 여자가…” “여자가 똑똑하면 골치 아프다” “어디 여자가 남자 하는 일에…” 혹시 오늘도 이런 말을 무심코 내뱉거나 듣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영화 <세인트 주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