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 성 소수자를 품다
내 딸과 가족을 건드리면 어디든 따라가 끝까지 응징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이 설정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쫒아가는 남자(황정민 분)에게 복수를 위해 또 다른 남자(이정재 분)가 따라 붙었다는 게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익숙한 설정과 차이점이다.
영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일본에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으로 인해 태국에 있는 자신의 옛 애인(최희서 분)과 그녀의 딸(박소이 분)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태국으로 가 두 킬러 간에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영화 초반에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덜 잔인한 까닭에 관객들이 그나마 편하게 볼 수 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살인 장면의 직접 노출이 잦아져 ‘피 튀기는’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보는 관객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이 영화는 대사 보다는 액션에 중점을 둔 까닭에 이런 잔인함이 꽤 많은 분량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유이’(박정민 분)다. 그동안 예고편이나 스틸컷에는 물론이고, 제작보고회에도 박정민이 등장하지 않아 포스터에는 이름이 있는데 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길래 노출을 안 시키나 궁금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나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태국으로 온 어느 한 ‘여성’의 역할을 맡아 그동안 관객들이 봐 온 박정민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수었다.
유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눈요기나 성 소수자를 희화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말 못할 고충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러기 위해서 성 소수자가 많고, 그들에 대해 차별이 없는 태국으로 배경을 설정했다.
이 영화에는 참 많은 ‘나쁜 놈들’이 나온다. 의뢰받고 사람을 죽이는 게 일상인 사람, 아이들을 납치해 불법으로 장기를 팔아먹는 사람, 가족을 버리고 홀로 외국으로 떠나 버린 사람 등이 스크린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런 악인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구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그 악인이 구원 받기에 기독교의 주기도문에서 따 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영화의 제목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선뜻 이해가지는 않는 설명이다. 영화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고, 이로 인해 자신도 구원받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유이 뿐이다.
레이(이정재 분)나 인남(황정민 분)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설명인데,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박정민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