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만약 혜성이 지구를 강타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크기 5Km의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영화 <그린랜드>는 ‘클라크’라는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전문가들은 이 헤성이 가스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기권 진입 전에 전부 소멸해 그냥 돌덩이가 떨어질 수 있다며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시민들은 무슨 별똥별 떨어지는 정도로 여겨 살다가 이런 진풍경을 구경하겠구나 싶어 들뜬다.
하지만 건축공학자인 존(제라드 버틀러 분)은 대통령 명의의 긴급재난 문자를 수신한다. 곧이어 국토안보부에서 전화를 걸어와 존과 아내 엘리슨(모레나 바카린 분)과 아들 네이슨(로저 데일 플로이드 분) 이렇게 세 사람은 정부가 마련한 군수송기에 탑승하라고 말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급히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다른 이웃들은 이런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걸 알고 훈련상황이 아닌 실제상황이구나 싶어 급히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이른바 ‘선택 받은 자’가 된 그에게 이웃들은 제발 자신도 데려가 달라거나 어린 자기 딸만이라도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정작 군공항에서 거부되면 그들을 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 방침대로 다른 사람은 떼어 놓은 채 급히 집결지로 향한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는 상황. 미리 받은 QR코드를 보여주고 어렵사리 존 일가족은 수송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는 네이슨의 인슐린을 빠뜨린 걸 알고 존은 다시 차로 돌아간다. 그 시각, 기지 안에서는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는 부적격 대상자여서 군수송기에 탈 수 없다며 네이슨을 쫓아낸다.
결국 네이슨과 엘리슨은 어쩔 수 없이 수송기에 타지 못하고, 뒤늦게 인슐린을 챙겨서 수송기에 탄 존은 자신의 아들이 당뇨병 때문에 타지 못한 걸 알고 수송기에서 내린다.
하지만 그 시각 군공항의 출입문 한 곳이 성난 민중에 의해 뚫리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그렇게 존의 일가족은 생이별을 하게 된다.
<그린랜드>는 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그린란드’의 벙커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죽음 앞에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하는지 보여준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주인공이 멋지게 지구를 구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릭 로먼 워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린랜드>는 사회가 얼마나 빨리 무너지는지, 얼마나 인류애가 가변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굉장히 초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용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것이 현재 팬데믹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이거나 정부가 ‘선택 받은 자’에게 발급한 팔찌를 빼앗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라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거나, 아들을 유괴당하기도 한다.
물론 죽음 앞에 초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존의 장인의 말처럼 오늘, 내일 죽으나 10년 후에 죽으나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어차피 재앙 때문에 곧 죽을 처지인 타인을 굳이 죽이면서 자신만은 살려고 발버둥 쳐 봐야 소용없다. 그렇게 해 봐야 불과 몇 시간 더 살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다만 영화 속 미국 정부의 태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무리 나라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직업으로 보호 대상자를 정하고, 또 지병이 있으면 아예 구조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런 식이면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인데, 모든 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국민들의 인권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트럼프 정부의 태도와 닮아 있다.
재난 앞에 인간의 본성을 그린 영화 <그린랜드>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