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행복찾기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라질 필요가 있다.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한 주인공 버나뎃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분)은 동네의 문제적 이웃으로 누구와도 친하지 않다. 오직 딸과의 관계에서만 웃음이 피어나는 그녀의 까칠함은 이웃들에게는 문제있는 주민이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옆집 이웃 오드리는 자신의 집 담장을 넘어오는 덩쿨들을 제거해줄 것을 요구하며, 버나뎃의 집을 얘기없이 드나든다.
일 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남편 엘진과는 자꾸만 사이가 멀어진다.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수린은 남편의 팬이자 비서로 버나뎃의 일거수일투족을 남편에게 일러바친다.
조용히 살고 싶은 버나뎃은 사람과 부딪치는 것이 싫지만 딸이 가족여행을 남극으로 가자는 말에 기꺼이 수락한다. 온라인 비서 만줄라와 함께 남극여행을 준비하면서 국제 범죄에 휘말리고 FBI의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과정 중 자신을 못 믿는 남편에 실망하고, 버나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버나뎃을 어디로 갔을까?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사라진 버나뎃을 찾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소통을 이야기한다.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였던 버나뎃은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성 제로인 문제적 이웃으로 전락한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웃과 수시로 마찰한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며,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 번 말이 터지면 끊임없이 말한다. 생활은 불안정하고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녀를 이해해주는 딸이 있다.
사회성 제로의 엄마와 똑똑하고 밝은 성격의 딸이, 서로 다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이상적인 모녀 사이를 보여준다. 버나뎃이 사라지고 딸은 “엄마가 날 두고 갔을리 없다”고 얘기해 모녀사이의 두터운 믿음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마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엄마를 누구보다도 이해하며 그녀의 편이 되어준다. 모녀의 훈훈한 분위기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며, 진정한 가족은 믿음이 기반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버나뎃의 수다는 매우 재치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은 트라우마로 인해 갇혀 있고, 수다로 터져 나온다. 수다 속에서 그녀의 독창성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FBI 조사로 인해 자신의 틀을 깨기로 결심한 버나뎃은 사건 조사 도중 사라졌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발 내딛는다.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상처는 매우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한 발 내딛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버나뎃만의 방법을 제시한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현재의 자신을 바꾸고 싶은 사람도 버나뎃의 방법을 추천한다.
유쾌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오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