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만 하면 행복할까?
영화 <구직자들>은 지금으로 200년 후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인간’과 ‘인공’(복제인간)이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의 장르는 SF라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타의 SF영화와는 다르다. 흔히 SF영화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이지만,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200년이나 지났음에도 서울의 풍경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까닭에 이게 과연 지금의 현실인지, 미래에 대한 상상인지 그 구분이 모호하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정경호 분)과 인공(강유석 분)이 극을 이끌어 가지만 중간 중간 삽입된 인터뷰 내용의 흐름에 맞춰 극이 전개된다.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봉태규 같은 연예인도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더 많다. 이들은 모두 구직자라는 설정 하에 인터뷰를 하긴 했으나, 자연스레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게 황승재 감독의 전언이다.
200년 후 ‘인간’들은 ‘인공’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공장 사장도 공장을 처분하고 취업해야 할 만큼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공’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인간’이 되려고 애쓴다.
인간들은 인공 때문에 구직자로 전락한 신세인데, 정작 인공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간이 되려고 한다니 인간도 인공도 모두가 취업이 쉽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구직자에서 영화 <구직자들>의 감독이 된 사람이라고 소개한 황승재 감독은, 메가폰을 잡기 위해 늘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야말로 영화 속 구직자들의 처지와 닮았다고 말했다.
또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정경호 역시 늘 구직을 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쓸모 있음을 인정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다녀야 하는 영화인의 삶이 어떠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황승재 감독은 이에 대해 사람들은 일하고 싶어 하면서 왜 (정작 취직해서) 일하면서는 행복하지 않을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누구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고, 누구는 벌써 수 십 번도 더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또 누구는 해외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간절했던 꿈이 이뤄지면 정작 행복해 하기 보다는 일에 지쳐,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 한다.
여전히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룬 이들에게서 행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처음엔 행복해 하던 이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승진이 더딘 것 같아 불안하고, 다른 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연봉 보다 내 연봉이 적음에 불만이 쌓이고, 일적으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가야할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그토록 원하던 구직의 꿈은 이뤘지만, 정작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한다. 바로 이 부분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던지고 싶었던 화두다.
참고로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The interviewees인데, 구직을 위해 오늘도 인터뷰에 임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영화 <구직자들>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