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서로를 보듬다
어느덧 한국 영화계에 있어 대표적 배우가 된 김혜수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이정은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바로 영화 <내가 죽던 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개인적 문제로 오랫동안 휴직했던 김현수(김혜수 분) 형사가 복직 전 ‘간단한 사건’ 하나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증인보호 차원에서 데리고 있던 정세진(노정의 분)이라는 소녀가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한 사건으로 시신을 찾지는 못했으나 여러 정황상 사망한 게 확실하므로 요식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섬에 가서 주민들 탐문 후 자살이 맞다는 보고서만 쓰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면 들수록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이 외딴섬에서 홀로 소녀가 겪었을 감정이 자신이 겪었던 그것과 너무 닮은 까닭에 쉽게 이 사건을 덮을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현수.
게다가 윗선에서 얼른 종결보고서를 내라고 재촉하는 걸 보니 더더욱 미심쩍은 곳이 한둘이 아니다.
세진의 죽음에 대해 주변 인물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세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해 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현수는 더 가슴이 아파 이 사건을 놓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어떻게든 세진의 흔적을 찾기 위해 경찰을 그만둔 후 자유로운 처지에서 끝까지 그녀의 행방을 추적한다.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더욱이 영화에 등장하는 순천댁(이정은 분)과 현수, 세진은 서로 연대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아픔을 보듬어 준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박지완 감독은 지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러 여성 서사를 의도한 건 아니고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또 현수의 직장 상사까지 모두 여성인 것 역시 의도한 건 아니고 자연스레 그렇게 시나리오가 쓰여 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혜수는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 따뜻한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감독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이 영화는 여성 서사의 영화가 분명하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하면 이런 부분이 분명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영화에서 이정은은 농약을 마셔 말을 못하게 된 설정인데, 목소리가 없는 연기를 위해 잘 듣고 잘 반응하려 했다며 과거 연극배우 시절 장애인 부모 역을 맡으면서 장애인의 생활에 관심이 많았기에 표정이 예쁜지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세진 역을 연기한 노정의는 사실 이 역이 쉽지 않은 역할이긴 했으나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당시 마음의 상처가 있어서 이를 치유하기 위해 세진 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혜수, 이정은 두 명의 대선배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 ‘교장 선생님’ 2명이 있는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선배들의 가르침을 따라서 잘 따라가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가정폭력과 불화, 장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룬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