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일 뿐…정치적 해석 말길
7년 전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 <7번방의 선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 이환경 감독이 이번엔 가택연금(家宅軟禁)을 소재로 한 영화 <이웃사촌>을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어딘가에 갇혀 있는 이들을 그린 작품으로, 가택연금이라는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특정 정치인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번방의 선물>이 교정제도를 꼬집는 내용이 아니라 부녀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듯이 이번 <이웃사촌> 역시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1985년 미국에서 비밀리에 입국하자마자 가택연금에 들어간 야당인 보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 분)은 대학생 딸과 아직 국민학생(당시의 표현 그대로 옮긴다)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 시절 실제 가택연금을 당한 야당 총재에겐 아들 셋이 있는 것과 설정부터 다르다.
결국 우리가 떠 올리는 그 정치인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영화는 전개된다. 결말 부분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대통령’과는 조금 다르다. 이에 대해 이환경 감독은 가족 간의 사랑이나 두 남자의 우정에 초점을 두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당시의 정치상황과는 무관하게 결말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마치 무슨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진짜 저런 일이 있었네, 없었네 하거나 미화했네 왜곡했네 하면서 예민하게 볼 필요는 없다.
정보기관 요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퍼 보이는 안기부(영화에선 ‘안정부’로 표현된다) 요원들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나미의 <빙글빙글>을 들으며 옛 추억에 잠겨도 좋다.
아들 민성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는 것조차 ‘좌파’처럼 보여서 매우 싫어하는 PK 출신의 안정부 도청팀장 유대권(정우 분)은 이제 막 비밀리에 입국한 이의식 총재 옆집에서 그를 도청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투철한’ 안보관으로 똘똘 뭉친 그는 이의식에게 주저 없이 ‘빨갱이’라고 말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된다.
결국 아들과 목욕탕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자기 아들과 목욕탕에 가 달라는 부탁을 받은 대권은 가택연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식과 의식의 아들을 데리고 셋이 목욕탕에 함께 간다.
그곳에서 그는 지위의 고하나 출신지 등 모든 세상의 것을 내려놓고 알몸 상태로 의식과 마주하면서 비로소 인간 대 인간으로 그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유력 대통령 후보이자 진보적 사상을 가진 의식이 눈엣가시인 안정부 김대홍 실장(김희원 분)은 의식을 제거하기 위해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라고 했더니 몰래 같이 목욕탕이 가고 ‘빨갱이에게 물들은’ 대권 역시 골칫덩이로 여기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이의식 총재를 암살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을 알게 된 대권은 의식에게 알려주며 제발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각자 맡은 일을 하면 그만이라며 의식은 대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동지인 민노국(박철민 분) 의원의 노제(路祭)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는 우리가 떠 올리는 해당 정치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영화의 결말 역시 직접 보지 않고 섣불리 예상하면 안 된다.
몇 해 전 미투 가해자로 지목 됐다가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천만 요정’ 오달수가 이의식 역을 맡았고, 견미리의 큰딸인 탤런트 이유비가 의식의 딸 은진 역을 맡았다.
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을 맡은 정우가 의식을 감시하는 도청팀장 유대권 역을 맡았고, 드라마 <SKY 캐슬>에서 차민혁 역을 맡았던 김병철이 어설픈 도청팀원 동식 역을 맡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영화 <국제수사>와 <담보>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희원이 의식을 죽이려는 정보기관 실장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이웃사촌>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