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끔찍한 욕망에 소름 끼쳐
입양을 가기 위해 기숙학교에 모여 살며 늘 청결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살도록 강요받는 아이들. 이들은 드디어 마지막 레벨 16으로 진급한다.
‘장미반’에 배정된 비비안(케이티 더글라스 분)은 자청해 반장이 되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 청결, 복종, 인내 등을 강요한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이 학교에서 잘 세뇌교육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레벨 16의 아이들은 각자 이름이 적힌 드레스를 선물로 받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기 이름도 못 읽는다. 10대 여학생들이 그것도 기숙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자기 이름도 못 읽는다는 게 뭔가 이상하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은 ‘영화’라는 단어를 몰라 ‘움직이는 사진’으로, ‘CCTV’를 ‘커다란 눈’으로 부른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통해 뭔가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아이들이 ‘비타민’을 먹고 잠든 사이 브릭실(사라 캐닝 분) 선생과 경비원들이 잠든 아이 몇 명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경비원과 선생에 의해 끌려가 ‘후원자’(아이들은 정숙한 여인이 되면 후원자에게 입양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학교의 엄격한 교육에 순응한다)의 실체를 알게 된 비비안.
하지만 바깥은 공기가 오염돼 나가면 큰일 난다고 세뇌 당한 탓에 같이 도망치자는 소피아의 제안을 거절한다.
기회가 있을 때 도망쳤어야 하는 것일까? 곧이어 소피아(셀리나 마틴 분)도 경비원이 들춰 업고 ‘후원자’에게 데려가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비비안은 혼자 학교를 탈출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렇게 탈출 기회를 놓친 비비안은 교내 상주 주치의인 미로(피터 아우터브릿지 분)에게 열병 예방주사를 맞는다. 물론 ‘비타민’이 비타민이 아니듯이 ‘예방주사’ 역시 예방주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끔찍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이 끔찍한 욕망을 위해 미로 박사는 무려 16년 동안이나 비비안에게 공을 들였다.
또 이를 위해 그는 가난한 부모들에게서 아이들을 ‘사 들여’ 이들을 아주 완벽한 상태로 ‘사육’하고, 후원자들은 아이들을 골라 ‘결제’한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스릴러 영화처럼 무서운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다. 하지만 인간의 끔찍한 욕망을 위해 행해지는 그 일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 어떤 영화보다 소름끼치게 무섭다.
영화 <레벨 16>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