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으면 밝은 날 올 것
감독의 기억 속 자신의 이야기로 밝히며 시작하는 영화 <호프>가 오는 17일 개봉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안야는 폐암이 뇌로 전이 됐다는 판정을 받는다. 이에 그와 사실혼 관계인 토마스는 당신이 알아서 한다고 해서 신경 안 썼더니 이게 뭐냐고 말한다.
의사는 그녀에게 그나마 수술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술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니 그럼 얼마나 심각하다는 건지 안야는 절망한다.
친자식 3명과 입양한 자식 3명을 둔 토마스에게 안야는 자신이 죽으면 다른 여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자기들끼리 싸우고, 안야에게 나쁘다는 소리나 하면서 속을 썩인다. 하지만 안야는 일단 아이들에게 자기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참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밤, 안야는 토마스와 격정적인 밤을 보낸다. 마치 생에 마지막 잠자리인 것처럼.
안야는 엄마를 잃게 될 아이들 걱정뿐이고, 의사는 아이들에게 희망 있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한다.
의사 말이 뇌 전이로 살아남은 환자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 그렇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희망을 품으라는데 이게 위로인지 놀리는 건지 헷갈린다.
이에 결국 12월 27일 안야와 토마스는 아이들에게 종양이 뇌로 전이된 사실을 아이들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우선 수술을 해 봐야지 상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아이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1월 2일 수술을 앞두고 토마스는 수술 전에 결혼하자고 말하고, 안야는 몇 년 전이면 몰라도 이제서야 (사랑도 식었고,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결혼이냐며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안야의 생일이기도 한 3일 후 결혼하기로 한다.
그런 상황에서 토마스가 찾아낸 한 전문가는 어차피 수술해도 못 고치는 병이니까 괜히 힘들게 수술이니 치료니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말고 단 하루라도 하고 싶은 것 하면서 가족들과 그냥 여생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전문가의 말 한마디에 절망 가운데 있는 안야와 토마스에게 원래 수술 하기로 했던 병원에서 검사 결과 폐는 깨끗하고 뇌종양만 제거하면 치료가 될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아 희망을 안고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영화에선 날짜가 강조된다.
그리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안야’가 수술 후 지금껏 아무 문제 없이 살아있으니 자전적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오늘도 많은 환자가 의사의 한마디에 희망을 품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암 같은데요” 한마디에 정밀결과 검사가 나올 때까지 환자는 진짜 죽을 듯이 괴롭고, “단순 종양이네요” 한마디에 다시 생명을 얻은 듯한 기쁨을 맛본다.
“수술해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환자는 이미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에 휩싸여 이제는 살아갈 의미를 잃는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안야처럼 수술을 통해 다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누구나 희망(hope)을 품으면 수술 결과도 좋아질 것이다.
지금 당장 내일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희망을 품길 바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