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속에 담긴 사회부조리
가난한 비폭력주의 혁명가 모세(마샨트 데이비스 분)는 자신의 농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자신의 혁명조직에 후원한다는 스폰서가 나타나, 농장의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얼떨결에 어린 딸을 포함한 5명의 군대를 가진 무장혁명조직으로 변모한다.
승진에 목말라 있지만 실적이 꽝인 FBI요원 캔드라(안나 켄드릭 분)는 우연히 SNS에서 ‘스타 오브 식스’의 리더인 모세의 설교 영상을 발견하고, 승진의 절호의 기회임을 직감하고 모세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총도 마약도 금지에 무기는 장난감 석궁뿐인 허술한 혁명조직인 스타 오브 식스는 켄드라의 승진에 오히려 오점이 될 상황. 켄드라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그날이 온다>는 이야기의 설정도, 전개도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접근한 모세와 켄드라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상황에 끌려 엉뚱한 선택을 하며 점점 더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주인공들의 돌발행동으로 반전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과정과 내용은 웃을 수 없는 사회의 부조리를 담고 있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차별적 요소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며, 사회 전반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는 차별을 이야기한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 영화에서 보여주는 차별 이외에도 우리는 현실에서 다양한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겠지만, 역시나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존중대신 차별받는 사회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토퍼 모리스 감독은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 모리스 감독은 미국 법무부 장관이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도발한 단체에 대해 체포 명령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 사건이 ‘알카에다 사건’으로 명명되어 9.11 테러보다 더 큰 규모의 테러로 발표된 것을 보고 충격과 놀라움으로 이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보기로 한다.
2년에 걸친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그저 돈을 목적으로 한 촌극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FBI 정보원이 5만 달러를 줄 테니 미국을 공격하라는 제안을 했고,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던 범인들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세 번의 재판을 거친 뒤 결국 투옥되었다. 너무나도 허술하고 불합리한 국가 기관의 수사 과정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감독은 이후 실제로 벌어진 다양한 범죄 사건의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비슷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FBI가 범법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법을 어기도록 유인하고, 범법 행위를 저지르려는 순간에 나타나 그들을 체포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들은 정보기관 요원은 물론 각 연방 변호사의 협조 아래 진행됐다. 이와 같이 조작된 사건들이 98%의 유죄 판결율과 평균 25년 형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영화 기획에 돌입해 연출, 각본, 제작을 도맡았다.
영화는 현시대의 부조리를 코미디라는 장르에 담아내 시대를 비판한다. 단순히 코미디 영화로 본다면 영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속 숨져진 사회의 불합리함을 찾으며, 좀 더 나은 현실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인지하게 한다. 또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통해 생활에 녹아 있는 사회부조리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좌충우돌 예측불가인 범죄 코미디 영화 <그날이 온다>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