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즐기는’ 부자들
중일전쟁을 소재로 한 실화 영화 <800>은 중일전쟁이 시작된 1937년 7월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이 중국을 공격하자, 외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거주하는 상하이 공동조계로 사람들이 피난을 간다.
이곳은 외국인들도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본이 공격하지 않기로 암묵적 동의를 한 곳이기 때문이다.
공동조계 바로 옆 구역에 있는 창고에 일본이 독가스를 살포하자 그곳을 지키던 중국 군인들과 공동조계에 있는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하지만 공동조계 사람들은 또 금방 공연을 즐기거나 심지어 바로 옆 창고에서 중·일 간에 치열한 전투가 치러져도 아주 멋진 전투였다며 폭죽을 쏘며 전투를 ‘관람’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누가 이길지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한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중국혁명군 800명이 바로 옆 구역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이 보장된 외국인들과 중국 부유층은 공동조계에서 이를 마치 영화를 보듯이 보면서 즐기고, 내기까지 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일부 몰지각한 부자들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1931년(만주사변)부터 1945년(중일전쟁)까지 총 3500만 명의 중국인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생명경시 태도와 인권이 사라진 현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한 가지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중국영화답게 스케일이 상당한데, 약 20만㎡의 대규모 세트에 상하이를 구현해 냈고 전투장면을 위해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부었다는 점이다.
영화 <800>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