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속에 숨은 음모
자신이 사는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에 가서도 네이버 앱을 실행하면 현지의 날씨정보와 미세먼지 농도가 나오고, 전화번호부에 중국집이라고 입력하면 근처의 중국집 연락처가 줄줄이 뜬다.
이는 어찌 보면 편해 보이지만, 이 때문에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실사용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앱이나 사이트에 가입할 때 구글 아이디나 페이스북 아이디, 네이버 아이디 등으로 로그인만 하면 별도의 가입절차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사이트 가입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므로 참 간편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무심코 편리함 때문에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 하는 순간,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어떤 쇼핑몰에서 무슨 물건을 샀는지 그리고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영상이 어떤 장르인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심하게 말하면, 내가 생리대를 얼마의 주기로 어떤 사이즈를 사는지 그리고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구글 스마트카까지 나중에 출시되면, 내가 어제 밤 어느 룸살롱 앞에 몇 시간 동안 차를 세워 놨는지도 알 수 있다.
만약 차 주인이 국정원 직원이라도 된다면, 위치 자체가 비밀인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등으로 차내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도 있다.
스마트 밴드도 마찬가지다. 내 심박수가 얼만지 오늘 몇 보나 걸었는지, 숙면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파악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제조사가 마음만 먹으면 민감한 정보인 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결국 이런 나의 지극히 사적인 개인정보를 입수한 IT 기업들이 내가 보는 사이트에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의 광고를 띄우는 것은 지금도 이미 이뤄지고 있는 일이고, 더 나아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
특정 대선후보의 의뢰를 받아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그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영상을 주기적으로 나한테 노출할 수도 있다.
영화 <더 서클>은 <미녀와 야수>의 엠마 왓슨과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 외에도 IT 기업들의 우리 삶의 편리를 이유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져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엠마 왓슨은 친구의 추천으로 세계적인 대기업 ‘더 서클’에 들어가 매우 자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한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병을 알고 회사가 아버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입사원인 그녀는 매우 감격해 한다.
이에 그녀는 회사가 개발한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스스로 몸에 지니고 다니기로 결정한다. 이 카메라를 통해 거리의 교통상황도 알 수 있고, 심지어 지명수배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CEO인 톰 행크스에 의해 점점 사내에서 스타 신입사원으로 발돋움 한다.
하지만 그 카메라 때문에 자신의 친구가 죽게 되자 그녀는 언뜻 보면 재미있고 편리해 보이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성을 말살하고, 우리를 이롭게 하는 기술이 아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CEO에게 반격을 가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경찰이 단속시 시비를 방지키 위해 영화 <더 서클>에서처럼 초소형 카메라를 경찰복에 달고 근무하기도 하는데, 이를 악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 영화를 보면 쉽게 예상이 된다.
IT의 발전과 개인정보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 <더 서클>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