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에 관한 영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편에 이어 ‘원더우먼’이 3년 만에 영화 <원더우먼 1984>로 돌아온다.
물론 중간에 <저스티스 리그>(2017년 11월 개봉)와 <저스티스 리그 파트2>(국내 미개봉)를 통해 원더우먼이 스크린을 통해 팬들과 만난 적은 있으나, 원더우먼 단독 영화로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이어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번 <원더우먼 1984>의 배경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84년이다. 모든 것에서 미국이 가장 부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자신이 뭘 배우는지도 몰랐으나 커서 깨닫게 됐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관객에게 큰 깨달음을 선사한다.
꼬마 다이애나는 최고의 여전사만 참석하는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다 뜻하지 않은 작은 사고로 살짝 룰을 어긴다.
그렇게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심판이 정당하게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며 실격 처리를 한다.
어린 다이애나는 자신이 그렇게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경기 도중 낙마해서, 달리는 말에 다시 올라타기 위해 아주 잠깐 지름길을 이용해, 말을 기다렸다가 다시 탔다) 억울하지만 그렇게 그녀는 정의에 대해 배우게 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1984년. 고고학자인 그녀는 한 박물관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FBI가 그녀의 동료 바바라에게 장물의 감정을 맡기고, 호기심에 같이 살펴보던 다이애나는 이 돌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문구를 발견한다.
다들 말이 되느냐며 웃어넘기지만, 사실 이 돌은 ‘드림스톤’으로 과거 한 신(神)이 만든 신비로운 힘을 지닌 황수정(黃水晶)이었다.
문제는 이 스톤을 만든 신의 정체가 악랄한 신으로 밝혀지면서, 소원을 이룬 대가가 반드시 따를 것이라고 다이애나는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든 이들이 드림스톤에게 소원을 빈다. 왕따인 바바라는 예쁘고, 인기도 많은 다이애나처럼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다이애나는 죽은 연인과의 재회를 빈다.
이런 소박한(?) 소원을 뛰어넘는 이가 있었으니 석유 재벌인 맥스 로드는 자기 자신이 드림스톤이 되는 소원을 빈다.
이를 통해 그는 모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페라리 한 대가 생기면 좋겠다는 소원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되고 싶다는 소원까지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준다.
처음엔 이게 좋은 것인 줄 알았다.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대신 그에게서 뭔가 하나를 뺏음으로써 맥스 로드는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거머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되고 싶다는 미국 대통령의 소원을 들어준 그는 대신 미국 대통령조차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는 최고의 권력을 얻어냈다.
그러나 소원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갑자기 100개나 되는 핵무기가 탐지되자 소련 정부는 이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해 미국을 공격할 준비를 한다.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거나 드림스톤을 없애야 하는데, 맥스가 방송을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소원을 죄다 들어준 까닭에 드림스톤에 소원을 빈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이미 맥스가 드림스톤이 되었기에 드림스톤을 파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원더우먼인 다이애나는 모든 것을 되돌리려 나서지만 이미 그녀만큼의 힘과 능력을 갖추게 된 바바라와 부딪히게 된다.
영화 <원더우먼 1984>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한도 끝도 없다. 갖고자 하면 할수록 그 욕망은 더욱 커진다.
재능을, 핵무기를, 슈퍼카를 갖고 싶다고 해서 갖게 되면 더 이상 소원이 없어질까? 그렇지 않다.
자신 스스로가 드림스톤이 된 맥스 로드는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대신 그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 빼앗는다.
부와 권력과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도 모두 빼앗는다.
이미 가질 만큼 충분히 가졌으나 더 많은 걸 가지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소원을 들어준 대가로 자신도 그만큼 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는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나선다.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이런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그 배경으로 미국이 부흥하던 시기인 1984년을 택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던 시대를 살던 이들의 욕망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전편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번 편에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원더우먼 19984>는 오는 23일 국내 개봉하며, 한국 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미국에선 극장 개봉뿐 아니라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인 HBO맥스를 통해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