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빠른 여자, 1초 느린 남자…만날 수 있을까?
여기 남들보다 1초를 빠르게 사는 여자와 1초를 느리게 사는 남자가 있다. 1초를 빠르게 사는 여자 샤오치는 늘 불편하다. 합창할 때는 혼자 튀고, 체육경기에선 늘 부정출발을 하게 되고, 영화를 볼 땐 남들보다 한 템포 빨리 웃고, 사진을 찍을 땐 꼭 눈을 감는다.
그런 까닭에 그녀 주위엔 친구가 없다. 그렇게 혼자 쓸쓸하게 지내온 지 어언 30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공원에서 무료로 운동을 가르치는 남자 류원썬이 나타난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한다는 그는 고아 출신으로, 자신이 자란 고아원에 매달 월급의 절반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고아원 아이 중 5살 소녀가 심장병에 걸려 돕고 싶은데 형편이 여의치 않다고 말하고, 샤오치는 그에게 내일 발렌타인데이 커플 행사에 참여해 우승 상금을 받아 수술비에 보태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날이 밝고 그녀는 발렌타인데이 행사 참가 신청을 위해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곧이어 또 다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채비를 서두르고, 발렌타인데이 행사장에 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발렌타인데이 행사는 어제였단다.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해 봐도 분명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였다는데, 샤오치는 온전히 하루를 도둑맞았다.
이에 그녀는 경찰서에 가서 발렌타인데이를 도둑맞았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어제 자신이 펑크를 내서인지 사라진 류원썬도 찾아달라고 경찰에게 말한다.
한편, 남들보다 1초가 느린 타이도 불편한 점이 있다. 모기에게 수혈(?)을 한 뒤에야 모기를 잡겠다고 하고, 남과 싸울 땐 꼭 한 박자 늦게 주먹을 휘두른다. 예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반응이 느린 어느 권투선수를 닮았다.
그는 어릴 적 샤오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사서함으로 보냈지만, 정작 그녀에게 편지가 온 건 딱 2번뿐이었다. 그 후 그는 늘 샤오치를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우체국을 알게 된 후 그는 매일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보냈다. 샤오치 앞으로 말이다.
하지만 샤오치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래도 아랑곳 않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보낸다.
그녀가 퇴근할 땐, 자신의 버스로 안전하게 태워다 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발렌타인데이가 되고, 이상하게도 그날 하루가 멈춘다.
남보다 1초를 느리게 사는 그는 누적된 시간이 많아 멈추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발렌타인데이 커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가던 샤오치의 시간도 멈췄다. 그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평소 샤오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곳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버스를 운전해 그곳으로 떠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나의 잃어버린 발렌타인데이를 찾아나서는 여자의 이야기와 나의 잃어버린 연인(흔히 발렌타인이라는 단어에는 발렌타인데이에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 즉, 연인이라는 뜻도 있다)을 찾아나서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대만 영화다.
지난해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공식 초청작으로, 라디오와 필름 카메라, 우편 사서함 등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영화다.
특히 샤오치가 우체국에서 일하는 까닭에 우체국 세트를 공들여 지었는데, 촬영 도중 진짜 우체국인지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샤오치 역을 맡은 이패유는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렸으며, 이번 영화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큰 키와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중화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화의 OST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또 타이 역을 맡은 유관정은 2018년 대만 최고의 화제작인 드라마 <꽃 같은 내 인생>으로 중화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자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넷플릭스 영화 <아호, 나의 아들>을 통해 2019년 열린 제56회 금마장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혼자라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넌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를 건네는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