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괴물
올리버(아지 로버트슨 분)는 자폐성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말 한마디를 안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본인 입으로는 단어 하나를 말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블리스 심볼(Bliss symbol) 앱을 통해서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볼 땐 자신들은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데, 올리버만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해 그를 따돌리고, 괴롭힌다.
올리버는 스마트폰이 곧 자신의 목소리이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괴롭힌다.
결국 아이들 몇 명이 방과 후 올리버를 들판으로 유인해 몸싸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올리버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블리스 심볼을 눌러서 문장을 완성한 후, 이를 기계음으로 출력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올리버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그의 아빠(존 갤러거 주니어 분)는 자신이 일하는 주차관리소 분실물함에서 액정이 살짝 깨진 태블릿PC를 갖다 준다.
더 크고 좋은 스마트 기기가 생겨서 기쁜 올리버는 셀카를 찍으며 자기 것이라고 찜을 찍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화면 속에 자신 외에 뭔가가 찍혔다. 분명 방안에 자신 외에는 없는데, 액정 속엔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
이상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태블릿PC를 갖고 놀면서 “아빠는 나갔나?”라는 문장을 입력하자 태블릿PC가 “그렇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는 자신을 래리라고 소개하면서,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사실 그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기 전 어느 날 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깔린 어린이 동화 「외로운 몬스터」라는 전자책(e-book)을 읽다가 기이한 체험을 했던 터였다.
세상에 동화 속 주인공이 내게 말을 걸다니 여간 소름끼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그는 태블릿PC를 계단 밑 창고에 처박아 둔다.
한편, 올리버의 자폐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의 엄마(질리언 제이콥스 분)는 올리버의 친구 몇 명을 집으로 초대한다.
창고를 보며 두려움에 떠는 올리버를 본 친구들은 태블릿PC를 찾아내고, 올리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몬스터」를 소리내어 읽는다.
이 일로 올리버와 친구들 모두 공포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들의 엄마는 올리버가 아이들을 괴롭혔다고 생각해 한밤중에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올리버의 엄마 역시 올리버가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 그를 다그친다.
날이 밝고, 낮에 집에 혼자 있던 올리버의 엄마는 우연히 「외로운 몬스터」를 읽게 되고, 래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래리는 그녀에게 올리버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하고, 그녀는 급히 짐을 싸서 올리버와 함께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간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무시한다.
그러나 곧 그도 래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다시는 래리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태블릿PC를 부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리는 계속 이들 앞에 나타난다.
영화 <커넥트> 속 래리는 모두 화면만 쳐다보는 탓에 외로움이 자신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하철 객차 안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본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SNS를 통한 소통은 늘어났지만, 정작 ‘현실세계’에서 소통은 줄어들었다.
누군가 스마트폰이 없거나 카카오톡 같은 앱을 잘 사용할 줄 모르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줌(zoom)을 통해 화상회의를 한다는데 줌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회의에 낄 수 없고,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니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알 수 없고, 결국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친구들끼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PC나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이야기에 낄 수 없어 소외된다.
동화 속 래리 역시 남들과 다른 까닭에 친구가 없어 소외감을 느끼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친구를 찾으려 한다.
그는 자신처럼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찾아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평소 자폐증 때문에 친구가 없던 올리버야 말로 래리의 기준에 딱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키가 2.7미터에 달하는 래리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CG가 아닌 실물로 래리를 표현하기 원했던 감독은 촬영 전까지 배우들에게 래리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촬영장에서 처음 래리를 본 배우들은 말 그대로 놀라 자빠질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다는 후문.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래리’의 모습이 공개되는데, 사실 영화 내내 우리가 래리의 모습 때문에 겁을 먹긴 했지만 어쩌면 래리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래리는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IT와 SNS가 발달한 시대에 소통의 부재라니! 이런 소통의 부재 때문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이 섬뜩하지 그의 모습 자체가 공포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실 래리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그 사실이 더 무섭다. 이달 20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