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선물하는 영화
결혼 전 1주일을 그린 영화 <결혼전야>를 연출한 홍지영 감독이 이번엔 새해를 앞둔 1주일을 그린 <새해전야>로 돌아온다.
당초 지난해 12월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이번 달로 개봉을 미뤘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양력으로 새해는 지났지만, 아직 구정이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새해가 남아있어 다행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개봉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꼭 새해가 되기 전 1주일이라기 보다는 ‘상징적 의미’의 1주일이기에 오늘부터 1주일로 생각하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엔 총 4커플이 나온다. 이혼 4년차인 형사 지호(김강우 분)와 그에게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이혼소송 중인 재활트레이너 효영(유인나 분) 커플과 ‘번아웃 증후군’ 때문에 아르헨티나로 떠나 그곳에서 와인 배달부로 일하는 재헌(유연석 분)과 일도 사랑도 너무 힘들어 무턱대고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간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이연희 분)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직원이 돈을 횡령해 신부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용찬(이동휘 분)과 용찬 하나만 믿고 한국에 온 중국인 예비신부 야오린(천두링 분). 끝으로 결혼을 앞둔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래환(유태오 분)과 래환의 장애까지도 사랑해주는 원예사 오월(최수영 분)까지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들 네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영화처럼 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첫 장면에서 래환은 진아가 일하는 스키장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하고, 이 자리에 효영은 일 때문에 그리고 오월은 래환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하면서 각자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재헌은 공항에서 TV를 통해 래환의 뉴스를 접한다.
아울러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회사에선 휴가도 없이 일만 하다 지친 진아는 용찬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된다.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서 영화의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도록 탄탄하게 잡아준다.
이 영화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우선 용찬은 중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막상 다른 문화권의 여자와 결혼하려니 상견례에서부터 적응이 안 되지만, 다행히 그의 누나 용미(염혜란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에 골인한다.
또 재활트레이너인 효영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데, 전 남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오월의 남자친구인 래환은 4살 때 한쪽 다리를 다쳐 의족(義足)을 착용하는데 하도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 독일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장애인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되었다.
아울러 지호는 이혼하고 혼자인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고, 그의 동료는 한국인 아빠와 중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자녀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이기에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설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였을까? 극중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독일에서 살다 온 유태오는 독일어를, 아르헨티나에서 일하는 재헌 역을 맡은 유연석은 스페인어를, 중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이동휘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등 영화에 등장하는 언어도 다양하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볼거리라면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 유인나는 기존에 보여준 밝은 캐릭터와 거리가 먼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머리를 단발로 자르기도 했다고 한다.
강력계 형사 역을 맡은 김강우 역시 머리에 변화를 줬는데, 흔히 생각하는 센 이미지의 강력계 형사가 아닌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파마를 했다고.
아울러 이연희와 유연석은 멋지게 탱고를 추기 위해 촬영 전 꾸준히 주 3일 정도 같이 연습을 했고,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를 연기한 유태오 역시 꾸준히 스노보드를 연습했다고 한다.
‘한국의 러브 액츄얼리’로 불리는 이 영화는 현재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장애가 있어 여자친구 앞에서 늘 기가 죽는 남자와 그 남자의 장애까지도 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여자. 늘 완벽을 추구하는 탓에 이혼 후 친구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 여자와 그런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남자.
또 죽도록 일만 하면서도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조직문화가 싫어 무작정 한국에서 가장 먼 아르헨티나에 와서 한국인이라면 치를 떠는 남자와 우연히 아르헨티나에 여행 왔다가 그 남자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하는 여자.
예비신랑 한 명만 믿고 먼 이국땅에 왔지만 예비신랑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혼자 속앓이 하며 털어놓지 않아 속상한 여자와 나 하나 믿고 온 여자에게 차마 결혼하려고 모아 둔 돈을 다 날렸다고 말도 못하고 속앓이 하는 남자까지.
어쩌면 지금 같은 이유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이들에게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이란 이연희의 말처럼 주어진 상황에 항상 감사하는 것이자 유태오의 말처럼 두려움 없이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조금 덜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동휘의 말처럼 극장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기다리며 팝콘을 먹는 그것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시대, 우리에게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영화 <새해전야>는 이달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