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재미 대신 철학을 택하다
그동안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해 관심을 모은 영화 <승리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는 코로나19로 한 차례 개봉을 연기한데 이어 결국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택했다.
우리시각으로 5일 오후 5시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가에 공개된 <승리호>의 내용은 이렇다.
2092년 지구는 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이에 우주개발기업 UTS는 위성궤도에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곳엔 전 세계 인구의 5%만이 거주할 수 있다.
반면 선택받지 못한 인류의 95%는 지구에 남거나 혹은 노동비자를 통해 ‘우주청소부’로 일한다. 물론 우주청소부들에겐 시민권이 없는 까닭에 총 13개 동으로 이뤄진, 지상 2천킬로미터에 위치한 MR 비시민 거주지역에 살기에 삶의 질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이들 우주청소부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룹이 있었으니, ‘승리호’라는 한국 우주청소년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각기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은 시속 4만8천킬로미터에 달하는 승리호를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싹쓸이 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UTS 기물을 파손하기라도 하면 우주쓰레기 청소로 번 며칠치 돈을 날리기 일쑤다. 결국 이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소 도중 우연히 한 소녀를 발견한다. 일단 데리고 왔는데, 뉴스에서는 테러집단 ‘검은 여우단’과 관련된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며 이 꼬마 내부에 수소폭탄이 내장되어 있어 매우 위험하니 신고해 달라고 한다.
이에 김태호(송중기 분)는 ‘도로시’라는 이름의 이 꼬마를 ‘검은 여우단’에 200만불에 넘기기로 한다.
사실 태호는 과거 UTS 기동대장이었는데, 7개월 된 불법이민자 아이를 데려와 키우다 파면됐다. 이후 사고로 ‘순이’(오지율 분)와 헤어졌는데 그때로부터 3년 후면 순이가 궤도를 이탈해 더 이상 찾을 수도 없게 된다.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얼른 순이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색비용이 20만불 가까이 필요하다. 때문에 그는 돈이 절실하다.
하지만 사실 ‘도로시’는 인간형 안드로이드가 아닌 강현우(김무열 분) 박사의 딸 ‘꽃님’(박예진 분)이라는 인간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꽃님이의 특별한 능력에 주목한 환경단체 ‘검은 여우단’은 꽃님이를 인류를 구원할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반면, UTS 창업주인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분) 박사에겐 꽃님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때문에 그는 어떻게든 꽃님이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수소폭탄을 터트려야 한다.
UTS가 피해보지 않는 거리에서 수소폭탄을 터트리게 되면, 결국 지구에 남은 사람 중 30억 명이 죽게 된다.
영화 <승리호>는 제법 멋진 CG와 환경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배합한 작품이다. 소재도 CG도 좋지만 어딘지 모르게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서 엉성한 감도 없지 않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에 너무 철학적인 것을 많이 담아내려 한 게 아닌가 싶다.
환경문제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로 인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최대한 인간의 외모를 갖고 싶어 하는 로봇 업동이(유해진, 김향기 분)까지. 다양한 생각해 볼 지점들이 영화에 나오지만 그래서 오히려 재미는 반감된다.
적어도 한국에서 만든 첫 번째 우주영화라면 광활하고 신비로운 우주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한 액션이 등장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은 많지 않다.
또 외계인과 맞서 싸우거나 하는 게 아니라 총알보다 10배나 빠른 ‘우주쓰레기’ 쟁탈전을 벌이는 우주청소부들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우주영화와 결이 다르다.
누군가는 결이 달라서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익숙한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매번 비슷한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 재미 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