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하다
2016년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영화 <터널>은 터널이 붕괴돼 하정우가 혼자 터널 안에 갇히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712만 명이나 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번엔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터널>이 국내 관객과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노르웨이에는 무려 1,100개에 다라는 터널에 비상구가 없다고 한다. 때문에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나면 본인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2011년 이후 8건의 터널 사고가 일어났고, 영웅 같은 시민들 덕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영화는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어느 날. 폭설이 내리자 사람들은 도로가 폐쇄되기 전에 얼른 목적지로 가려고 서두른다.
유조차를 모는 톰(시구르드 셀레 분) 역시 얼른 갈 길을 가기 위해 스토르펠 터널에 진입한다.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터널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다.
그는 침착하게 교통관제센터에 사고를 접수한다. 하지만 터널 안이라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교통관제센터에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
사고를 접수한 안드레아(잉그빌드 홀테 비그네스 분)는 다행히 현재 불이 나진 않았으나, 사고 차량이 유조차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터널 양쪽 입구로 소방대를 각각 출동시킨다.
하지만 터널 안을 달리던 차들은 갑자기 왜 정체가 되는지 몰라서 짜증을 내고, 일부 운전자는 과속을 하다가 추가로 사고를 내기도 한다. 결국 유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한편,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동쪽 출입구 쪽은 소방차가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
서쪽 출입구 앞엔 다행히 구조대가 도착했으나 장비를 제대로 갖춘 것은 동쪽 구조대인데, 그쪽 구조대는 폭설로 오지도 못하고 있는데다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풍기를 틀었는데 하필 서쪽 출입구 쪽으로 연기를 빼내는 중이라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교통관제센터에서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환기구 방향을 바꾸지만, 여전히 당장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때 구조대원 스테인(쏜뵨 하르 분)에게 애인인 잉리(리사 칼레히드 분)가 전화를 해 조금 전 TV 뉴스에 스테인의 딸 엘리서(일바 푸글루드 분)가 터널 안에 있는 장면이 나왔다고 알리자, 이성을 잃은 스테인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아빠 덕에 이 터널을 잘 아는 엘리서는 함께 버스에 있던 승객들을 터널 내 기계실로 무사히 대피시킨다.
딸이 탔던 버스로 온 스테인은 엘리서가 남긴 메시지를 보고 기계실로 가 딸을 포함해 총 5명의 생존자를 무사히 구출한다.
이제 스테인은 사고 터널 안에 있는 유일한 구조 인력이 되고, 안드레아는 그에게 터널 안에 갇힌 어린 사라(패니 웨어-버그 분)와 마르티네(빌마 웨어-버그 분) 자매를 추가 구조해 줄 수 없냐고 말한다.
이에 스테인은 일행을 먼저 터널 밖으로 내 보내고 홀로 사라 자매를 찾아 나선다.
3년 전 엄마를 떠나보낸 엘리서는 이렇게 아빠마저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차에서 내려 아빠를 도와 구조를 돕기로 한다.
가까스로 스테인 부녀는 사라 자매를 구조하는데 성공하고 이제 터널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까 스테인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돕기 위해 이바르(미켈 브랫 실셋 분)가 취한 행위 때문에 스테인이 다치게 된다.
영화 <터널>이 터널에 갇힌 피해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와 어려움 등에 초점을 뒀다면, 영화 <더 터널>은 터널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 초점을 뒀다.
때문에 <터널>이 1인극에 가깝다면, <더 터널>은 다수의 출연자가 각자의 역할과 분량을 소화하는 게 차이다.
특히 사고 접수 직후부터 침착하게 끝까지 사고 수습을 위해 애쓰는 교통관제센터 소속 안드레아는 두 자녀를 둔 장애여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흔히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특히 안드레아처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이동도 그렇고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 같은 작은 일상생활까지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장애인이 터널 안에 갇힌 수많은 인명을 살리기 위해 침착히 구조대를 출동시키고, 환풍기 작동 방향을 바꿔 터널 진입을 돕고, 추가 구조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히 수행해내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
영화 <더 터널>은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