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소녀 세상을 구하다
어릴 적 한 번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끼리 싸우면 누가 이길지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혹은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해 하거나 친구들과 격론을 벌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일본의 괴수 고질라와 미국의 괴수 킹콩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알다시피 고질라는 괴수의 왕에 등극한 후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오고 있고, 콩(콩이 성장하면 킹콩이 된다) 역시 보호구역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까닭에 굳이 둘이 붙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번 <고질라 vs. 콩>에서 둘이 맞붙게 된다. 그 내막은 이렇다.
비밀연구소인 에이펙스(APEX) 본사 근처에 어느 날 고질라가 나타나 난동을 부린다. 괴수의 왕인 고질라를 잠재우려면 이 세상의 힘으로는 안 되고, 지구 속 안에 존재하는 할로우 어스(Hollow Earth)에서 에너지원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은 그곳 출신인 콩을 데리고 할로우 어스로 향한다.
콩과 원수지간인 바다 속에 사는 고질라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피해서 잘 가다가, 고질라가 콩의 존재를 알아채 공격을 받게 된다.
이때 바다 한 가운데서 콩과 고질라의 격렬한 싸움이 한 번 펼쳐진다.
한쪽이 항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결국 콩과 일행은 배 엔진도 끄고, 콩도 죽은 척 가만히 누워서 죽은 척 해 겨우 겨우 싸움을 끝낸다.
이들은 다시 할로우 어스(지구의 속이 텅 비어 있다는 가설로, 그 안에 우리보다 수백 년 더 발달된 문명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아울러 남극이나 북극에 입구가 있다고 주장한다.)로 향한다.
어렵사리 할로우 어스에 도착해 중력의 반전도 이기며 간신히 그 안으로 들어갔으나 여러 종류의 타이탄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이에 콩이 단숨에 이들을 제압해 버리면서 그 위력을 과시한다.
한편, 에이펙스가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는 팟캐스트 진행자 버니는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에이펙스 본사에 숨어들어 이것저것 조사하다 우연치 않게 홍콩지사로 ‘배송’된다.
그들은 이곳에서 고질라를 대체하기 위해 메카 고질라를 조종하는 연구 때문에 고질라가 열 받아 난동을 부린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콩과 고질라 그리고 메카 고질라까지 세 괴수가 도심 한복판에서 혈투를 벌이게 된다. 4DX로 본다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더라도 그래서 고질라와 콩 중에 누가 승자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고질라는 신장 119.9미터에 몸무게 99.6톤에 달하는데다 원자력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신장 31.7미터에 몸무게 158톤 그리고 레슬링 기술을 가진 콩 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도 둘이 싸우다가 콩이 지쳐서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긴 하나 콩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이기에 계속 성장 중인데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지능을 지닌 존재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엔딩신에서 둘이 담판을 짓지 않아 어느 한쪽이 승자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주목해서 볼 점은 실제 청각장애인 카일라 하틀이 맡은 콩과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 소녀 지아 역이다.
극중에서 지아는 스컬 크롤러 때문에 부모를 잃었는데 그때 콩이 구해줬다. 이로 인해 콩과 지아는 특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지아는 콩이 자신을 구해줬기 때문에 아무리 큰 덩치를 가졌어도 콩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수화를 통해 콩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하면서 둘은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극중에서 가장 어린 캐릭터이지만 콩과의 소통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은 하는데, 그런 역할이 장애인이라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하다.
영화 <고질라 vs. 콩>은 오늘(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