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더 감동적
2004년 개봉했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이번엔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얼마 전 한국에서 남주혁, 한지민을 내세운 리메이크작 <조제>가 개봉했으나 원작의 훼손이 심하다는 팬들의 성화에 결국 관객 수 21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리메이크 작품이 아닌 리부트 작품임을 내세운다. 처음부터 원작과 다른 전개와 결말을 내세운 작품이다.
원작에선 츠네오가 마작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조제가 유아차를 타고 다니지만 이번 작품에선 츠네오는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인물로 묘사된다. 또 조제는 24살 성인 여성이기에 유아차가 아닌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원작에서는 서로 좋아하던 두 사람이 결국 헤어지지만, 이번엔 다른 결말이 그려진다.
또 좋아하는 여성에서 라인(네이버가 만든 메신저) ID를 묻는 등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한 점도 원작과 다른 점이다.
꿈속에서는 자유롭게 물고기들과 헤엄을 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쿠미코(본인은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인 조제로 불리길 원하지만, 할머니는 본명인 쿠미코로 부른다)는 지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할머니의 과보호 아래 살아간다.
할머니는 그녀에게 집밖은 맹수들이 우글대는 세상이라며 겁을 준다.
우연한 기회에 츠네오는 시급을 많이 준다는 말에 쿠미코의 ‘관리인’이 된다.
츠네오에게 마음을 열지 않던 쿠미코는 서서히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지하철 역사(驛舍) 안 모든 사람이 ‘호랑이’로 보여 겁먹던 쿠미코는 츠네오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진짜 호랑이도 보고, 도서관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도 빌리며 점점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간다.
그러나 그런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할머니는 안전하게 집안에만 있기를 원한다.
이는 가정을 시설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너 같은 장애인이 혼자 살아가기 힘든 곳이니 굳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 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극중 상담사도 할머니의 쿠미코의 자립을 강하게 이야기 하지만, 할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때문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쿠미코는 홀로 남게 된다. 여지껏 가족이라고 할머니뿐이었고, 할머니가 모든 것을 해 주던 상황에서 그녀는 혼란스러워 한다.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라도 그녀가 자립생활을 하도록 진작부터 훈련을 시켰어야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장애인이 사회와 어울려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쿠미코는 츠네오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이 일로 츠네오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된다.
결말이 궁금하다면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나오는 쿠키영상까지 꼭 보길 바란다.
코로나 시대에 따뜻함을 선사하는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