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전하는 희망
먼지로 그림을 그리는 ‘더스트 아트(dust art)’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 <더스트맨>이 30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몇 해 전에 있었던 어떤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태산(우지현 분)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한다. 그는 한때 잘 나갔다는 김씨 아저씨(민경진 분)를 삼촌 삼아 그리고 발달장애가 있는 도준(강길우 분)을 동생삼아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지하도에 아주 멋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대생 모아(심달기 분)를 목격한다.
모아가 정성껏 그린 그림은 다음 날 깨끗하게 페인트칠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에 모아는 태산에게 하도 지저분해서 깨끗하게 페인트칠 좀 하라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태산은 어차피 지워질 그림인데 참 정성스럽게도 그리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의도에 끌린다.
사실 태산도 취미로 주차된 자동차에 그림을 그린다. 그가 노숙을 하는 곳 근처에 공사가 한창이라 주차된 차마다 먼지가 한 가득인데 그는 이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린다.
손가락 하나로 먼지를 이용해 멋진 그림을 그리는 태산의 모습에 모아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이에 모아는 태산에게 친오빠 옷도 훔쳐다 주고, 같이 차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가깝게 지낸다.
‘더스트 아트’라는 독특한 소재가 영화로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3년 전 마음이 복잡하던 차에 인터넷에서 누군가 먼지 낀 트럭에 그린 기도하는 손 그림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김나경 감독.
김 감독은 먼지 위에 그린 그림이 바람이 불면 금방 사라지지만 그림이 있을 땐 의미 있는 작품인 것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해 이를 스크린으로 옮기기 원해 ‘기도하는 손’의 작가인 러시아 더스트 아티스트인 프로보이닉(ProBoyNick)에게 SNS을 통해 연락해 혹시 이 영화를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고, 프로보이닉이 흔쾌히 이를 수락해 1주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프로보이닉은 극중 태산처럼 지금도 주차된 차량에 먼지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극중 태산과 모아는 그림이라는 공통사를 통해 가까워지지만 그렇다고 둘이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이에 대해 (둘 사이가) 이성애로 보일 수도 있으나, 멜로 영화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모아의 그림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반면, 태산의 그림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저분한 지하도에 아무리 페인트칠 좀 해 달라고 민원을 넣어도 들어주지 않지만, 모아가 밤에 몰래 멋있는 그림을 그려 놓으면 당장 다음 날 구청에서 나와 새하얗게 페인트칠을 한다.
다른 부분에 또 그려놓으면, 또 그곳도 페인트칠을 하고 그렇게 모아의 그림 덕분에 세상이 깨끗해진다.
반면, 노숙인인 태산은 주차된 차에 먼지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차주가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금세 오해를 푼다. 어떤 차주는 고맙다며 그에게 과일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 밤, 한 트럭 기사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운전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고 태산은 트럭에 기도하는 손을 그린다.
내 차 뒤에서 뭐하나 싶어 달려 나온 트럭 기사는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다시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거리에서 그 트럭을 본 사람들 역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이에 사람들은 해당 그림을 찍어 SNS를 통해 공유한다.
우리사회 약자인 노숙인이 전하는 힐링 영화 <더스트맨>은 4월 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