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훼손에 경각심 가져야
한마디로 말하면 한시도 관객을 가만두지 않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흔들어 대고, 바람을 쏘고, 물을 뿌려댄다.
애니메이션 <나소흑전기: 첫 만남편>은 누적조회 수 4억 뷰(view)를 기록한 웹툰 <나소흑전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으로 중국 박스오피스 1위와 일본에서 5억 엔의 누적수익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15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는데, 꽤나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큰 줄거리를 따라가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여기에 1시간 40분 동안 쉴 틈 없이 이어지는 ‘4DX의 공격’은 영화관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솔직히 말해 4DX 영화 중에서 이렇게 쉬지 않고 ‘열일’하는 작품은 처음 봤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새끼고양이 소흑은 산사태로 인해 도망치다 시내로 내려오고, 동네 아이들이 공격해 오자 분노한다.
갑자기 집채만큼 몸집이 커진 소흑 앞에 ‘같은 부류’라면서 사람의 모습을 한 풍식이 나타나 소흑을 구해준다.
소흑은 풍식을 따라 섬으로 가고, 그곳에서 낙죽과 천호를 만나 넷이서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지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요정 회관을 관리하는 ‘집행자’ 무한이 이들을 공격해 오고, 결국 무한은 소흑을 데려간다.
소흑은 자신에게 거처도 내어주고, 먹을 것도 준 고마운 존재인 풍식에게 돌아가려 발버둥 치지만 요정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 무한을 상대하기엔 너무 버겁다.
무한은 소흑을 요정 회관으로 데려가려 하고, 그 과정에서 아직 변신을 잘 하지 못하는 요정 소흑에게 특별한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무한은 소흑에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
한편,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빼앗는 ‘강탈’의 능력을 지닌 풍식은 소흑의 ‘영역’ 능력을 빼앗기 위해 소흑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가 소흑의 ‘영역’ 능력을 빼앗으려는 이유는 인간들 때문에 요정들의 삶의 터전이 훼손된 까닭에 요정의 땅을 늘려 인간들을 죄다 없애 버리기 위해서다.
이런 풍식의 속셈을 아는 ‘회관’의 요정들은 지금껏 인간 세상과 균형을 잘 이루며 살아왔는데, 그 균형이 하루아침에 깨질까봐 풍식을 막기 위해 총동원 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집행자’ ‘영역’ ‘회관’ 같은 용어의 개념만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요정들과 공존하던 인간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서 제 멋대로 자연을 훼손해서, 풍식이 인간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설정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잘 살아보세’라며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했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공장이 생기고, 조선소가 생겼다. 수출을 통해 나라는 점점 부유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아졌다. 바다를 메워 땅으로 만들었고, 논은 공장으로 변했다.
섬에 다리를 놔서 육지와 연결해 공항도 만들었고, 지금 그곳엔 금융회사와 국회 등이 있는 도시로 탈바꿈 했다.
한 번 사라진 자연을 다시 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10~20년 만에 울창한 숲을 만들 수는 없다.
자연이 훼손되면 공기도 나빠지고, 기온도 상승한다.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발전소를 지어야 충분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과거 화력발전소는 공기를 오염시켰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고 원자력발전소를 지었으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에 문제라도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재앙이 온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생해야 하는데, 우리는 더 많은 땅을 확보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우리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다.
이로 인해 남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가 근처 마을들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실제 평균 해발고도가 약 4m이면서 약 1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남태평양 9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투발루의 경우 머지않아 26만㎢ 전 면적이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뭄으로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나기도 했고, 한반도의 해수면도 연평균 3.68㎜씩 상승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대대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또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땅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자연이 훼손되면 지구가 아파하고,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서처럼 화가 난 요정이 인간들을 죄다 쫓아내려 하진 않을지 몰라도, 화가 난 자연이 물과 불로 인간에게 복수를 할 수는 있다.
애니메이션 <나소흑전기: 첫 만남편>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