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싹틔운 사랑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을 배경으로 한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자 주연배우의 이름이 ‘강하늘’이니 왠지 영화의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영화는 2011년 12월 31일 비를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장마철도 아니고 한겨울에 눈이 아닌 비를 기다리다니 이 남자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의 사연은 이렇다.
2003년 3수생인 영호는 “너희에게 희망이 없다”며 지금 공부를 그만두면 100만원 주겠다는 강사의 말에 학업중단을 택한다.
가죽공방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그는 어느 날, 초등학생 때 운동회에서 만났던 공소연이라는 아이의 소식이 궁금해져 그녀가 어디로 전학 갔는지 수소문 한다.
서울을 벗어나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걸 알아낸 그는 무턱대고 소연의 학과 사무실로 편지를 부친다.
아픈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받으러 온 소연(이설 분)의 동생 소희(천우희 분)는 언니에게 편지를 읽어준다.
언니는 도통 영호가 기억나지 않아 “죄송합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라는데, 소희는 그냥 자신이 언니인 척 하며,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 같다고 답장을 보낸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서로 연락하기 시작한다. 언니 몰래 언니인 척 편지를 보내는 것이 들통 날까 소희는 영호에게 ①질문하지 않기 ②만나자고 하기 없기 ③찾아오지 않기라는 규칙을 제시한다.
둘은 꽤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키워 간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소희는 영호에게 고백할 게 있다며, 비가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고 한다.
이에 영호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12월 31일이면 비가 오길 기다리게 됐다.
조진모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상황 나열식 영화만 했으나, 이번엔 선행되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됐다며 감성적인 면을 위해 ‘비’를 추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차 알아가면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천우희 역시 “다른 영화들은 강렬한 사랑을 느낀 후에 알아가지만, 이 영화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게 차별점”이라며 영화의 매력을 꼽았다.
아울러 강하늘은 “아름다운 여백이 있는 영화”라며 꼭 극장에서 보길 권했다.
이 영화엔 소희 외에 수진(강소라 분)이라는 여자가 영호의 주변 인물로 나온다. 수진은 영호와 같은 3수생으로, 영호에게 대놓고 우리는 운명이라며 들이댄다.
예쁜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까 싶지만, 영호는 커서는 얼굴도 한 번 못 본 소연에 대한 마음 때문에 수진을 밀어낸다.
수진은 자신의 아빠가 4번이나 결혼했다며 자신과 한 번 잘 때마다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꼬시지만 영호는 그리 흥미로워 하지 않는 눈치다.
수진에게 영호는 수진은 별 같은 여자고, 소연은 비 같은 여자라며 자신은 너무 화려한 별 같은 수진은 끌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대목만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감성적인 영화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원래 강소라는 특별출연이지만, 수진의 분량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특별출연이라고 해서 꼭 분량이 적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진이 영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어느 정도 분량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기대하는 이에게 추천할만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