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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삐삐처럼 살았던 ‘삐삐’ 작가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틸컷

과거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말괄량이 삐삐>라는 TV 시리즈를 통해 이른바 ‘삐삐 머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삐삐는 꾀나 인기를 끌었다.

비단 삐삐에 대한 열풍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작 소설 「삐삐 롱스타킹」이 6천만 부나 팔릴 정도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삐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에선 성경책보다 많이 팔렸을 정도다(참고로 성경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여서 베스트 셀러 순위집계에서 제외할 정도다.).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소설 「삐삐 롱스타킹」의 원작자인 아스트리드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1920년대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당시의 구습(舊習)을 타파하려는 아스트리드(알바 어거스트 분)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회 덕분에 생계를 꾸리는 집안이지만 그녀는 설교가 지루한지 성경을 찢기도 하고, 사교댄스를 추러 가서 남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자 혼자 막춤을 추기도 한다.

댄스홀에서 오빠랑 같이 귀가했는데도 그녀의 엄마(마리아 보네비 분)가 너는 여자니까 더 일찍 왔어야 한다고 꾸짖자 엄마에게 누구나 주님 앞에 평등하다며 대든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는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돕고, 동생을 돌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다 특히 보수적인 독실한 기독교인 집안인 걸 감안 하면 그녀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그녀지만 글쓰기 능력 하나는 탁월한 까닭에 아버지(매그너스 크레퍼 분)의 권유로 신문사 인턴 기자로 취업하게 된다.

부인과 이혼을 앞두고 별거 중인 편집장(헨릭 라파엘센 분)은 10대 소녀인 아스트리드에게 반하고, 아스트리드는 편집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도 짧게 자른다(당시 여성이 머리를 자르는 건 매우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결국 그녀는 자발적으로 편집장에게 순결을 바치고, 이 일로 임신을 하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스트리드의 엄마는 딸에게 불같이 화내면서 절대 다른 사람 모르게 하라고 윽박지르고, 편집장은 아스트리드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아이와 아스트리드를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아직 유부남인 편집장의 아이를 낳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둘은 고민 끝에 아이 아빠가 누군지 밝히지 않아도 되는 덴마크에서 아이를 낳기로 한다.

아스트리드는 혼자 덴마크로 건너가 아들 라스를 낳고, 위탁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아스트리드의 엄마는 그녀에게 네가 편집장 아이들의 새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냐며, 편집장과 결혼은 포기하고 기왕이면 라스도 굳이 데려오지 말고 그냥 버리라고 말한다.

설상가상 편집장이 한다는 말이 누가 우리 둘이 호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며, 이 일로 심리(審理)가 중단됐다고 말한다.

아스트리드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나 다름없다. 편집장이 제때 이혼을 하지 못하면 자신은 미혼모가 되고, 라스는 아빠 없는 아이로 살아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아들을 보러 덴마크에 몇 번 다녀오고, 그동안 편집장의 이혼 재판은 결론이 난다.

간통죄는 유죄로 결론이 났으나, 편집장의 예상과 달리 구속은 아니고 단돈 1,000크로나(미화 100달러)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다.

편집장은 아스트리드에게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청혼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불안감에 떨며 아이를 1년 동안 외국에 혼자 뒀던 것이 너무 기가 막혀 아스트리드는 청혼을 거절한다.

결국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워킹맘으로 살아간다.

이 영화의 제목이 <삐삐의 탄생>이 아닌 <비커밍 아스트리드>인 이유는 영화 속에서 아스트리드가 「삐삐 롱스타킹」을 집필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영화 <고질라 vs. 콩>에서 막상 콩과 고질라 중 누가 더 강한지 최종 승자를 가리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삐삐 롱스타킹」의 원작자의 삶을 다뤘으나 정작 「삐삐 롱스타킹」이 어떻게 집필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아스트리드의 태도 때문이다. 그녀는 사교댄스를 추기 위해 남자에게 선택받아야 하고, 여자는 일찍 귀가해야 하고, 미혼모로 사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고, 여자가 머리를 자르는 것은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실제로 아스트리드는 2002년 죽기 전까지 작가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또 여러 사람을 후원했는데, 그녀에게 후원해 줘서 고맙다며 보내온 편지에 적힌 금액만 따져도 대략 100만 달러에 달한다.

억압과 불의에 맞서 평생을 살았던 아스트리드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전 그녀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다음 달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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