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인생 배우기
영화 <애플>은 예고없이 기억상실증을 진단받은 알리스(알리스 세르베탈리스 분)가 병원의 제안으로 새로운 ‘인생 배우기’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평소와 같이 집을 나선 알리스는 신분증도 없어, 신원미상으로 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이유는 기억상실증. 옆 침대를 사용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는 식사로 나온 사과를 알리스에게 건낸다.
사과를 안 먹냐는 알리스의 질문에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알리스는 주식이 사과인지 의심될 정도로 사과를 먹으며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미션이 전달되면 수행하고 폴라로이드를 찍어 앨범에 넣어둔다.
그러던 중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보던 안나(소피아 게오르고바실리 분)를 만나고 자신처럼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억상실증과 미션 수행이라는 연결 고리가 두 사람을 자주 만나게 한다.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은 유행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거리를 걷는 곳곳에서 주인공 알리스와 같이 사진기를 들고 무엇인가 미션을 수행 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과거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우리의 기억은 중요도에 의해, 혹은 경험의 강렬함으로 인해 선택적으로 일어난다.
반대로 상처로부터의 도피, 필요 없는 것들과 혹은 불리한 것들을 선택적으로 지우기도 한다. 다들 잊고 사니까 괜찮다는 말은 스스로 안심하기 위한 주문과 다름없다.
기억상실증은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오고, 인생을 다시 배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 프로그램의 불합리한 미션도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지 못하고 수행한다. 조용히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치유를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영화 <애플>은 영화 배우이자 제작자인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을 맡아 주목받았다. 케이트 블란쳇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관객 각자에게 가 닿는 시의적절한 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하며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는 기억상실증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적으로 접근해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알리스의 표정은 더욱 그의 행동에 집중하게 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그의 행동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며, 표정보다 섬세한 감정을 전달한다.
인생 배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 <애플>은 오는 26일 관객을 만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