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우리’에 관한 영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 1인 가구를 다룬 작품으로, 현 세태를 잘 반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9.9%(603만9천 가구)에 달한다. 이중 독거노인 비율은 7.5%이니 젊은 층도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의 연 소득은 2018년 기준 2,116만 원으로 전체 가구의 36.3% 수준에 불과하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주거비(17.9%)와 식비(16%)가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주 1회 이상 간편식을 구매하는 비중은 47.7%에 달한다.
아울러 TV 시청 등 하루 여가시간은 4.2시간으로, 전체 가구보다 1.2배나 많다. 또 주말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TV 시청을 꼽은 비율은 71.8%(중복응답)에 달한다.
극중 진아(공승연 분)는 독립해 홀로 살고 있는데, 그녀는 퇴근길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 와 TV를 보며 식사를 한다. 혼자인 것이 외로워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몰라도 잘 때도 TV를 켜 놓는다.
게다가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지, 아니면 살림이 귀찮아서 그런지 냉장고며, TV, 전자레인지, 침대까지 모두 한 방에 두고 거실에는 가구라고 하나도 없이 비워둔 채 지낸다.
또 직장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일부러 직장에서 먼 곳으로 가서, 홀로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식사를 한다. 혼자 살다 보니 혼자인 게 편해서다.
그런 그녀에게 팀장(김해나 분)이 수습직원 한 명을 맡아서 교육하라고 지시한다. 이제 갓 졸업한 듯한 사회초년생 수진(정다은 분)은 의지할 사람이라고 사수인 진아밖에 없어 같이 밥도 먹자고 하고, 아빠가 목에 좋다고 보내준 프로폴리스도 주면서 진아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그런 수진이 진아는 부담스럽다.
출퇴근길에 복도에서 마주치는 옆집 남자(김모범 분)는 볼 때마다 담배를 피우며 진아에게 말을 거는데, 그것도 싫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관리실에 이야기했더니, 옆집 남자가 죽은 지 1주일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었단다.
분명 오늘 아침에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남자가 죽은 지 1주일이나 지났다니 진아는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1주일 동안 교육한 수진이 말도 없이 출근을 안 하자 신경이 쓰인다.
원래 남한테 관심 끊고 살던 그녀지만, 옆집 남자가 죽은 것도 그리고 수진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바람 나서 엄마(김귀례 분)와 자신을 버리고 집 나갔던 아빠(박정학 분)가 오랜만에 돌아와 죽은 엄마의 재산을 전부 가로채도 화나기보다는 그냥 유산 포기각서에 도장 찍어주고, 앞으로 종종 집에 설치해 둔 CCTV로 혼자 아빠가 잘 살아 있는지 보겠다는 진아에겐 큰 변화다.
이에 대해 홍성은 감독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작별 인사를 배워 나가는 영화라며, 어떤 관계든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진아가 회사에 휴직계를 내면서 영화가 끝난다. 무표정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카드사 콜센터 상담원이 딱 적성에 맞았던 진아였지만, 그녀는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휴직하고 뭘 할지 내지는 아예 회사를 관둘지조차 계획된 것은 없다. 단지 옆집 사람이 죽어도 모르고, 자신에게 교육받는 수습직원에게조차 냉랭하고, 가족이라고 한 명 남은 아빠와도 그리 연락을 주고받고 싶지 않은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관계(關係)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무리 혼자 살아도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이상, 진아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든 싫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즉, 기자간담회에서 서현우가 얘기한 것처럼 이 영화는 결국 ‘혼자 사는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