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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 본 듯한 장면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컷

영화 <파이프라인>은 기름 도둑 즉, 도유범에 관한 영화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등 이른바 ‘거리 3부작’을 연출한 유하 감독의 신작이다.

전국에 1,200㎞에 달하는 송유관이 연결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정유사에서 정유를 마친 기름이 저유소(貯油所)로 이동한다.

만약 누군가 기존 송유관에 구멍을 하나 뚫어 중간에 새로운 송유관을 하나 추가하면 기름을 훔칠 수 있다.

언뜻 송유관이 어디로 지나는지만 알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지 않을 수도 있으나 조금이라도 압력이 떨어지면 즉시 발각되기 일쑤다.

게다가 천공(穿孔) 과정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기라도 하면 다칠 수도 있고, 스파크라도 일어나면 삽시간에 불이 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천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극 중 ‘핀돌이’(서인국 분)는 국내 최고의 천공 기술자다. 1인치짜리 구멍 1개를 뚫는데 2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받는다.

그가 구멍 하나를 뚫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천공의 달인’이라 불릴 만하다.

그런 그에게 정유사 사장인 황건우(이수혁 분)가 2인치 구멍 2개를 뚫어주면 1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온다.

이에 핀돌이는 평소 자신을 사칭하던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를 비롯해 해당 지역 구청 건설과에서 30년간 일해 땅속을 훤히 꿰고 있는 나 과장(유승목 분), 삽질의 달인인 큰삽(태항호 분), 지상에서 망을 볼 카운터(배다빈 분)와 팀을 이뤄 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남몰래 구멍을 뚫어야 하는 데다 송유관이 있는 곳까지 땅굴을 파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게다가 작업을 의뢰한 황 대표가 일정을 제때 맞추라고 압박하고, 사사건건 접새와 대립각까지 세우는 까닭에 보통 일이 아니다.

지하에서 뭔가를 훔친다는 설정이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제훈 주연의 영화 <도굴>과 닮았다.

소음을 숨기기 위해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두 작품이 매우 닮았다.

게다가 결론 부분 역시 두 작품은 닮은 구석이 있다. 훔치려는 자들이 아닌, 그들에게 일을 의뢰한 ‘더 나쁜 놈’이 응징을 당하는 점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 소재가 독특하긴 하지만, 이미 몇 달 전 개봉한 <도굴>과 너무 닮아 흥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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