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사전 편찬 과정 그려
1857년 영국 런던의 언어학회에서 과학적 연구를 목표로 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발간을 제안 받아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들이 위원회를 꾸려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사실 처음엔 10년이면 사전이 나올 줄 알았지만, 무려 22년이나 흐르도록 진전이 없었다.
이에 위원회는 독학으로 여러 외국어는 물론 고대어까지 섭렵한 제임스 머리(멜 깁슨 분)를 책임 편집자로 영입한다.
비록 대학에 다닌 적은 없으나 ‘언어 천재’인 제임스 머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어 단어를 사전에 수록하기로 한다.
단순히 단어의 뜻만 적는 것이 아니라 각 세기별 문헌에서 해당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 같이 소개해 단어의 역사도 함께 소개하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도 아무 진전이 없었는데 이러다간 100년이 걸려도 사전이 편찬될까 싶어 모두 반대하지만, 그는 영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예문을 찾아서 보내달라고 하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참전용사인 미군 장교이자 의사인 윌리엄 마이너(숀 펜 분)는 전쟁터에서 겪었던 일로 인해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한 탈영병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쫓아다닌다고 생각해 늘 두려움에 떤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너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탈영병을 총으로 쏴 죽인다. 하지만 그는 탈영병이 아닌 엉뚱한 시민이었다.
영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그는 영국 법원의 배려(?)로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감된다.
마이너는 자신은 절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감호소 직원들이 보기에 분명히 이상해 보이기는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看守) 한 명이 사고를 당한다. 외과의사인 마이너는 톱으로 그의 다리를 절단해 과다출혈을 막아 간수를 살려낸다.
이에 간수들이 고마움의 뜻으로 책을 좋아하는 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 책을 훑어보던 그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을 위한 협조문을 보게 되고, 감호소에서 할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책을 뒤지며 단어장을 만들어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위원회에 보낸다.
예문을 찾지 못해 art에서 진도가 안 나가던 제임스 머리는 마이너의 도움으로 일에 속도가 붙게 되자 결국 직접 그를 찾아가 인사를 나눈다.
두 사람은 좋은 동료가 되어 사전 편찬에 몰두하고, 드디어 A부터 B일부까지가 수록된 1권이 출간된다.
하지만 사전 편찬에 시민들의 공분을 산 ‘미국인 살인마’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나가게 된다.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실제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단어를 접수받는다는 설정이 우리 영화 <말모이>와 닮았다.
이 영화는 크게 세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 문턱은 밟아본 적도 없지만 타고난 언어실력으로 사전 편찬 책임자가 된 제임스 머리와 훌륭한 외과의사지만 전쟁의 상처로 사람을 죽인 윌리엄 마이너.
그리고 윌리엄 마이너 때문에 하루아침에 애 여섯이나 딸린 과부가 된 일라이자(나탈리 도머 분).
세 사람의 이야기가 섞이다보니 <말모이>와 달리 관객들은 여러 이야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말모이>는 오직 사전 편찬 이야기만 집중할 수 있으나, 이 영화는 머리와 마이너가 함께 사전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외에 마이너와 일라이자의 러브라인까지 더해져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착수 이후 71년 만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최고 권위의 영어사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출간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특히 배움이 짧은 사람과 정신이상자로 몰린 사람이 이런 위대한 일을 주도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