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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아닌 청춘에 포커스 둔 영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컷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을 ‘동성애 영화’로 보기보다 ‘청춘 영화’로 본다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하늘(이홍내 분)은 3년 동안 같이 살던 애인 정민(강정우 분)에게 또 헤어지자고 말한다. 헤어지자는 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괜한 투정도 아니고, 하늘에게 지친 정민은 캐리어에 짐을 싸 하늘을 내쫓는다.

백수여서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 하늘은 무작정 친구 봉식(정휘 분)의 집으로 향한다.

인터넷방송 BJ로 활동하는 봉식은 어차피 돈 모아봤자 서울에 집 한 채도 못 사는데,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다가 나이 40살에 죽는 게 꿈이다.

이에 그는 작은 옥탑방(그는 끝까지 ‘루프탑’이라며 있어 보이려 하지만)에 온갖 명품을 들여놓고 인생을 즐긴다.

딱히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가는 배트민턴장에서 자신이 팬인 민호(곽민규 분)라는 남자로부터 대시를 받는다.

단지 이 영화가 다른 청춘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 간이 사랑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동거하다가 상대의 사랑이 식은 것 같아 대판 싸우기도 하고, 우연히 운동하다가 눈에 띄는 사람에게 대시하기도 하는 등 여느 다른 커플과 다를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특히 1990년대생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 속 봉식은 아직 20대로, 인생을 즐기는 욜로(You Only Live Once)족이다. 기성세대가 볼 때 그는 미래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남들처럼 내 집 장만을 삶의 목표로 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서울의 집값이 평균 10억 원 안팎 하는 현실에서 그 돈을 모으려면 평생을 일해도 힘든 게 사실이다.

연봉 5천만 원을 번다고 해도 돈 한 푼 안 쓰고 20년을 모아야 하는데, 분명한 건 20년 후엔 10억 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의 평수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30~40년 동안 내 집 마련을 위해 온 인생을 바쳐야 한다는 건데, 굳이 삶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수십 년간 오직 집 사기 위해 매진하는 게 과연 인생을 잘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봉식처럼 짧고 굵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런 까닭에 봉식 역을 연기한 정휘 역시 영화를 찍으면서 욜로족에 공감이 됐다고 한다.

또 극중에서 30대 중반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정민은 자신의 삶이 무너질까 두려워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산다.

7살이나 어리고, 아직 취업준비생인 하늘은 굳이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이해도 못해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정민은 행여 커밍아웃으로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릴까 싶어 하늘이 “헤어지자”며 가출하자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의 짐을 캐리어에 싸서 문 앞에 내놓는다.

아마도 현실적으로 정민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성애자들도 많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20~30대 청춘들이 겪고 있는 취업문제, 성 정체성 문제, 주거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굳이 감독의 성 정체성이나 극중 주인공들의 성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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