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으로 겪게 되는 자녀의 스트레스 다뤄
꽤 잘 나가는 영어 스타강사인 엄마와 박물관 학예사인 아빠가 어느 날 이혼을 예고한다. 엄마랑 아들, 아빠랑 딸이 살든 아니면 엄마랑 아들, 딸이 살든 그것도 아니면 엄마랑 딸, 아빠랑 아들이 사는 안(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10살밖에 안 된 수민은 누구랑 살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게다가 엄마가 새로 살 집을 알아보러 가서 방 2개짜리 집을 구한다고 말하자 자신과 오빠 둘 중 한 명만 엄마가 데리고 갈 것이라고 생각해 우울해진다.
주말을 맞아 아빠랑 오빠랑 셋이 놀러 가려는데, 아빠는 딱히 아이디어가 없어 보인다. 결국 아빠는 남매를 데리고 자신이 일하는 박물관에 데리고 간다.
이런 아빠랑 같이 살아도 괜찮을까 싶어 수민은 부모가 이혼한 자기 친구에게 이혼 후 달라진 변화에 대해 묻기도 한다.
착잡한 기분으로 집에 오니 엄마는 특목고를 목표로 한 오빠 진호의 공부를 봐주느라 자신에게 관심도 없자 그 길로 아빠 관사에 가 같이 저녁을 먹은 후,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민은 엄마, 아빠에게 각각 왜 결혼했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묻는다. 아마도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왜 이혼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그랬으리라.
그녀는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엄마, 아빠가 다시 친해져서 이사 안 가고 그냥 같이 살면 안 되냐고 묻지만, 엄마는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결국 수민은 다음 날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라진 수민을 찾으러 다니던 수민의 부모는 또 싸운다.
동생을 찾다가 부모가 싸우자 아들 진호까지 어디론가 홀로 사라진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작품인 영화 <흩어진 밤>은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이 겪는 고통을 그린 작품이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각자의 사정에 의해 헤어질 수도 있다. 영화 속 수민 엄마의 대사처럼 서로 아낀다고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자녀가 된 아이들은, 또 다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족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영화는 여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제 겨우 10살인 수민은 엄마, 아빠가 결혼 전처럼 사이가 좋아져서 계속 온 가족이 계속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게 즐겁고, 벌이도 괜찮은 그녀의 엄마는 더 이상 결혼 생활을 계속할 의지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수민은 부모의 태도에 실망해 가출을 감행한다. 이제 10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가 한밤중에 가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만 수민은 설사 자신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더 싫어 가출을 감행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6,500건으로 인구 1천명 당 2.1명이 이혼한 셈이다. 얼마든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 까닭에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만은 없는 영화다.
이혼을 고려할 때 당사자가 겪게 될 고통뿐만 아니라, 자녀가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흩어진 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