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없는 피터팬 영화
웬디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피터팬 이야기라는 말에 궁금증을 안고 영화 <웬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피터(야슈아 막 분)는 6살 흑인 소년이고, 날지 못한다. 그동안 10대 백인 소년으로 그려졌던 피터팬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매우 포악함 그 자체다.
기찻길 옆에 사는 웬디(데빈 프랑스 분)는 어느 날 밤, 더글라스(게이지 나퀸 분) 제임스(개빈 나퀸 분) 형제와 함께 집 옆을 지나는 기차에 뛰어내려 피터와 함께 어디론가 간다.
피터는 갑자기 날아보라며 아이들을 달리는 기차에서 강가로 밀어 버린다.
그렇게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피터와 함께 네버랜드로 간다. 네버랜드에서 아이들은 날짜조차 잊은 채 즐겁게 노는데만 집중한다. 심지어 간섭하는 어른이 없으니 제대로 씻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어머니’로 불리는 빛나는 고래 같은 큰 물고기를 만난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늙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상상력을 잃지 않는 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고 어린이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피터와 아이들은 어느 날 노인들을 만나게 된다.
피터는 마치 노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무슨 큰 잘못인 것처럼 정죄(定罪) 하지만, 웬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가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를 그린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가 정작 <말괄량이 삐삐> 이야기를 쓰기 전만 보여줘 ‘삐삐’가 나오지 않아 관객 수 4천명도 채 기록하지 못한 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은 것처럼, 이 영화 역시 ‘피터팬’ 대신 피터(킹콩이 되기 전 ‘콩’인 것처럼, 아직 피터팬이 되기 전인)가 등장해 얼마나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웬디>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