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4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히로시마 원폭의 400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원전 사고등급 최고등급인 7등급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당시 사망자만 3,500명(정부 공식발표는 31명)에 달했고, 소련 정부는 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모든 주민을 강제 이주시켰다.
영화 <체르노빌 1986>은 당시의 일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알렉세이, 발레리, 보리스는 당시 사고를 수습한 이른바 ‘3인의 영웅’을 모델로 했으나, 다른 캐릭터나 사연은 허구로 창작했다.
쉽게 말해 영화 <1987>에서 이한열의 여자친구 연희(김태리 분)가 가상의 캐릭터인 것처럼 알렉세이의 전 연인인 올가(오크사나 아킨쉬나 분)의 그의 아들 알렉스의 존재와 그들의 스토리는 창작에 의한 것이다.
이 영화는 2시간 16분에 달하는 긴 영화다.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하기까지 무려 32분이나 걸린다. 그 앞부분은 알렉시아(다닐라 코즐로브스키 분)와 올가, 알렉스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물론 영화를 보다 보면 세 사람의 이야기가 꽤 비중 있게 극을 이끌어가는 요소라는 점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쳐 냈더라면 러닝타임을 2시간 이내로 만들었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사고 직후 녹아내리는 노심과 방사성 물질이 원전 지하에 고인 냉각수 및 소화수와 만날 경우, 수천도 이상 고열의 물이 한순간에 증발하며 증기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에 관할 소방서 담당 소방관인 알렉시아가 반강제적으로 투입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그는 직접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했으나, 책임자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서약하지 않았느냐?”며 압박한다.
이는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가 더 중요하다는 국가주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온의 방사능 오염수에 몸을 담근 채 밸브를 열어 방류해야 하는데, 훈장을 주겠다느니 스위스 원자력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주겠다는 말로 그를 설득하려는 태도는 기가 찬다.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방사능에 피폭된 걸 안 알렉시아가 자신이 작업에 참여하는 대신 알렉스가 스위스 원자력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걸로 나오는데, 이는 영화적 재미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혼탁한 물속에서 촬영하기 위해 조명을 최소화했고,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이버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당시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3인의 영웅’이 밸브를 잠그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지난 5월 13일, 당시 폐쇄했던 체르노빌 원전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 조짐이 있다면 보도가 나오면서 35년 전의 일이 아닌 현재도 원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상기시켜줬다.
더욱이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흘려버리겠다고 공언함으로써,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이렇듯 원전 사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이 영화는 이런 위험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는 30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