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코가 노년을 즐기는 방법
무려 출간 24일 만에 50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먼저 남편을 떠나보낸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혼자 꿋꿋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64년 모모코(아오이 유우 분)는 얼굴도 처음 보는 조합장 아들과 정략 결혼할 상황에 부닥치자 그길로 기차를 타고 도쿄로 도망간다.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숙식 제공을 조건으로 종업원을 구한다는 문구를 발견하고 그길로 바로 취업한다.
그렇게 일하다가 그녀는 다른 식당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사투리를 쓰는 ‘슈조’라는 단골손님에게 호감을 보인다.
결국 둘은 가정을 꾸리고 화목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모모코(다나카 유코 분)에게 ‘새로운 친구’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기 내면 속 여러 자아와 함께 즐겁게 지낸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물론 치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병원에서는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다.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 오면 의연하게 대처하고, 오래전 알던 아들 친구도 대번에 알아보는 걸로 봐서 치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뭣하다.
그냥 자식들이 장성해 모두 모모코의 품을 떠난데다, 남편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갔으니 혼자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라도 재미있게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 없다.
어쩌면 우울감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모모코 스스로 무려 세 명이나 되는 내면 속 친구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온종일 시끄럽게 모모코에게 말을 거는데, 그만큼 모모코의 심경이 복잡함을 보여준다.
2시간 20여분 동안 딱히 임팩트 없이 계속 모모코의 일상을 보여주는 까닭에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으나, 젊은 시절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모모코의 모습을 통해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