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아름다운 사랑 그려
20년 전 사별한 마도(마틴 슈발리에 분)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 니나(바바라 수 코바 분)와 20년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니나는 마도에게 이제 은퇴도 했으니, 남 눈치 보지 말고 로마로 이사 가서 알콩달콩 살자고 제안한다.
이에 마도는 자기 생일에 자녀들이 방문하자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만,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얘기했냐는 니나에게 마도는 얘기했다고 거짓말 하지만 곧 들통 난다.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결국 마도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치료 후, 집에서 간병인과 함께 지내게 된 마도가 신경 쓰여 바로 옆집에 사는 니나가 자주 들여다보려 해도 둘 사이를 모르는 간병인은 “지금이 몇 시인데 오느냐? 내일 낮에 오라”고 하는 등 의도치 않게 방해한다.
이에 니나는 어떻게든 마도를 자녀들과 간병인에게서 분리해 내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 <우리, 둘>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인 니나와 마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행 가이드를 하다가 한적한 동네가 좋아서 이곳에 정착해 혼자 살고 있는 니나와 남편을 잃고 니나와 가족처럼, 연인처럼 지내며 정신적 위안을 받고 있는 마도.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두 사람은 ‘노년의 레즈비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선 동성애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사실 감독이 처음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이유는 어느 날, 지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맨 위층에서 대화 소리가 나서 올라가 보니 노년의 부인 두 사람이 하루 종일 현관문을 열어둔 채 매일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때문에 극중에서 니나와 마도의 에로스적 사랑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준다.
둘 다 싱글인 노년의 두 여성은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며 의지하며 살고 있다. 다만,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나중에 니나가 단순히 옆집 아줌마가 아니라, 엄마의 애인이라는 걸 알게 된 마도의 자식들은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
마도의 자식들은 둘 사이를 동성애로 봤기 때문이지만, 원래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보다 이웃사촌이 더 가까운 법이다.
남편과 사별 후 매일 적적하게 지내며 우울해하다 병이 날 수도 있는 엄마 곁에 누군가 늘 함께해 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 사람의 성별과 무관하게 고마워할 일이다.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 <우리, 둘>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