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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이념보다 중요할까?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진 전두환 정부는 UN 가입을 통해 국제사회 일원으로 떳떳하게 인정받길 원했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터라 UN 가입으로 이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UN에서 가장 많은 표를 가진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 구애를 하기 바빴고, 그 일환으로 1987년 소말리아와 수교를 시작했다.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랜 독재로 국민들의 원성이 치솟았고, 결국 반군이 들고 일어났다.

반군은 이 정부가 오랫동안 독재를 일삼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외국 국가들의 원조 덕분이었다며, 소말리아 주재 외국대사관 역시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외교관 특권이나 대사관 부지 치외법권(治外法權)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외교관과 대사관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20년이나 더 먼저 소말리아와 수교를 시작한 북한대사관도 공격을 받자 이들은 자신들의 우방국인 중국대사관으로 피난가려 한다.

하지만 중국대사관마저 공격받자 발걸음을 돌려 한국대사관에 몸을 숨겨줄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주소말리아 한국대사관 한신성(김윤석 분) 대사는 아무리 한 민족이어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와 적대관계인 북한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보호해 주나 싶어 고민한다.

그러나 안기부에서 파견 나온 강대진(조인성 분) 참사관은 잘하면 대규모로 전향(轉向) 시킬 수 있겠다 싶어 한 대사를 설득해 이들을 대사관에 들인다.

한 대사보다 외교관 경력이 더 많은 북한대사관 소속 림용수(허준호 분) 대사는 비록 지금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자존심까지 내놓은 것은 아니라며 전향은 할 수 없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한 대사와 림 대사는 일단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뜻을 모으고, 각자 수교를 맺고 있는 이태리대사관과 이집트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한다.

한 대사가 찾아간 이태리대사관에서는 얼마든지 도와줄 의향은 있으나, 자기들과 수교를 맺지 않은 북한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편, 림 대사와 만난 이집트 대사는 지금 자기들도 챙기기 바쁜데 아무리 수교국이어도 북한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며 거절한다.

영화 <모가디슈>는 남·북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벗어나기까지 2주 동안의 일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를 위해 당시 소말리아 국영방송 사장의 회고록과 당시 소말리아 주재 미국대사관의 기록 등을 토대로 최대한 객관적이면서 사실적으로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게 류승완 감독의 설명.

다만, 현재도 계속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에 소말리아는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있어 모로코에 모가디슈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전부 모가디슈처럼 꾸며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촬영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석은 그곳에서 먹고, 자며, 촬영까지 했던 곳이라 영화를 통해 다시 보니 영화 속 일이 실제로 자신이 겪은 일처럼 느껴진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를 위해 출국 직전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구교환 역시 자동차 추격장면을 보니 자기 차를 모로코에 두고 온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미술적인 면에서도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국가보안법과 민주화, 전쟁의 공포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모가디슈>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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