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잃고 짐승이 된 사람들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영화는 내내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음악도, 효과음도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하다못해 시냇물 흐르는 소리조차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영화 <잘리카투>는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인도 영화다. 정육점에서 물소 한 마리가 탈출하자 마을 사람들은 행여 다치지 않을까 싶어 걱정돼 물소를 잡으려 나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렇게 고생해서 물소를 잡았는데, 정육점 주인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고한 게 있으니 죽여서 고기라도 한 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문을 듣고 한 무리가 총을 들고 나타나 자신들이 물소를 잡아 줄테니 물소를 달라고 흥정한다.
결국 동네 사람들은 바르키(챔반 비노드 조제 분)의 전 조수이자 명사수인 쿠타찬(사부몬 압두사마드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바르키와 쿠타찬은 서로 만나자마자 죽일 듯이 덤벼든다.
어쨌든 동네 사람들 전부 물소 잡기에 나선다. 물소가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기세지만, 정작 눈앞에 물소가 나타나면 도망가기 바쁘다.
설령 양쪽에서 밧줄을 팽팽히 당기고 있어봤자 물소가 밧줄에 걸려 넘어지기는커녕, 밧줄을 잡은 이들이 끌려간다.
총을 들고 설쳐봤자 물소가 뒤에서 들이받으면 맥없이 쓰러진다.
그렇게 이틀 동안 온 동네 남자들이 물소 잡기에 투입되고, 결국 어쩌다 보니 물소가 구덩이에 빠진다.
위에서 총을 쏘면 될 듯 싶지만, 잠깐 이 물소를 꺼내야 고기를 먹을 텐데 어떻게 꺼내지 생각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한 남자가 용기를 내 밑으로 내려가 물소에게 밧줄을 걸어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하지만, 마침 비가 쏟아지자 밧줄이 미끄러지고, 죽음을 느낀 물소가 달아난다.
이 와중에 정육점 주인 바르키는 다들 애쓰니 자신까지 힘 보태지 않아도 된다며 근처 나무 아래에서 잠이나 잔다.
또, 평소 바르키의 여동생 소피(산티 발라찬드란 분)를 흠모하던 안토니(안토니 바르게즈 분)는 집에 소피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밧줄을 핑계로 소피의 집에 가서 그녀를 강제 추행한다.
처음에 고작 100여 명이 될까 싶던 마을 주민들은 나중에 물소를 잡게 되자 수만 명은 족히 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멧돼지보다 더 무서운 물소의 위력에 행여 다칠까 싶어 물소를 뒤쫓던 이들은 자기 논을 헤집고 다니자 이놈의 물소를 가만두나 보라며 분노에 차 물소를 쫓고, 오랫동안 잡히지 않아 고생하자 물소를 잡아서 먹겠다는 생각에 이르고, 먹는다고 다 똑같이 먹을 수 있나 내가 더 고생했으니 내가 혼자 다 먹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이성을 잃고 물소보다 더 난폭하게 서로를 공격한다.
게다가 이렇게 혼란한 틈을 타 평소 그렇게 구애해도 모른 척하던 여자의 집에 가 그녀를 추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물소가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 모를 과거의 앙금 때문에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하기 바쁘다.
이런 모습을 통해 인간이 이성을 잃으면 짐승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잘리카투>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