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명예욕과 재물욕 잘 보여줘
1990년대 초반 VTR(Video Tape Recorder)를 처음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 온 영화 테이프가 있었는데 바로 ‘아더왕’에 관한 것이었다.
시대가 변해 VTR은 물론 DVD플레이어 마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고,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아더왕’도 ‘아서왕’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서왕(King Arthur)에 대한 이야기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영화로도 재생산되고 있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14세기 영국에서 집필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라는 두운시(일련의 단어나 구의 첫음절에서 특정 음소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두운법에 의해 쓰여진 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서왕이 연회를 열고, 그 자리에 아서왕의 조카인 가웨인도 참석한다.
그때 녹색의 기사(The Green Knight)가 나타나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용맹한 사람이 자기의 목을 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노라고.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1년 후 크리스마스에 ‘녹색 예배당’으로 자신을 찾아와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탁의 기사를 비롯해 모두 가만히 있자 결국 가웨인이 녹색의 기사가 제안한 ‘크리스마스 게임’을 받아들여 그의 목을 칼로 내려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게임은 시작된다.
해가 바뀌고, 아서왕은 가웨인에게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얼른 ‘녹색 예배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촉한다.
처음에 ‘크리스마스 게임’을 장난으로 여겼던 가웨인은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낯선 소년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어느 성주(城主)의 가족으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무려 2시간 9분에 달하는 영화 <녹색의 기사>는 인간의 명예욕과 재물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만, 스타일리쉬한 화면에만 치중해 영화의 내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흠이다.
그나마 결론 부분이 전개가 빠르고,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점은 가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금만 분량을 줄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명확히 부각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오는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