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청춘을 위로하는 영화
아직 정식 등단을 못 한 현실(김예은 분)은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총 5편을 내야 하는데 마지막 1편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녀는 기껏 컵에 물을 따라놓고 물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치약 묻은 칫솔을 흐르는 수돗물에 가져다 대서 치약이 떨어진 빈 칫솔로 이를 닦는 등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사실 그녀의 머리가 복잡한 이유가 따로 있었으니,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 민구(곽민규 분)가 현실의 집에 두고 간 물건을 쳐다보니 물건도, 자신도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생각이 복잡해 시 내용이 산으로 가자, 그녀는 진짜로 산으로 가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낫겠다 싶어 길을 나선다.
하지만 산에 가니 민구와의 추억이 떠오르고, 우연히 현실의 첫사랑 원창과 바람피운 주영(한해인 분)과 마주친다.
산에서 내려온 현실은 그래도 안 되겠다 싶어 머리를 비우기 위해 아예 민구를 만나 담판을 짓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만난다.
그녀는 민구에게 “우리 왜 헤어진 거냐?”고 대놓고 묻지만, 민구는 “달라질 것 없다”며 대답을 피한다.
영화 <생각의 여름>은 김종재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한 대사가 돋보이는 독립영화다.
극중 현실은 자신을 호구(虎口)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키우는 개 이름도 호구라고 지었다. 그녀는 29살이나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등단(登壇) 하지 못했다. 자기의 첫사랑과 바람났던 절친 주영은 이미 등단했지만, 그녀는 아직이다.
최근에 헤어진 남자친구 민구는 왜 헤어지려고 하는지도 명확히 말하지 않은 채, 자신의 물건들까지 그녀의 집에 놔둔 채 훌쩍 떠났다.
주영 때문에 한 번의 상처가 있는 현실은 민구가 자기 집에 버리고 간 물건들을 보니 저 물건들처럼 나도 버려졌구나 생각이 들어 머리가 복잡하다.
영화 속 현실이 시인 지망생인 까닭에 시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5편의 시는 모두 황인찬 시인의 작품인데, 시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시를 읽으며 영감을 받았다며, 이 일로 시와 영화가 닮았다고 생각해 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처한 상황 때문에 앞날이 보이지 않고 갑갑한 청춘에게 시를 통해 힐링을 선사하는 영화 <생각의 여름>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