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짜증 나게 하는 공포영화
국내 최초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2D는 물론 4DX(의자가 흔들리고 물을 뿜는 등 체감할 수 있는 방식)와 스크린X(전면은 물론 좌·우 벽면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방식) 버전으로 제작된 영화 <귀문>이 지난 3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1990년 한 수련원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1996년 3명의 남·여 대학생이 이곳을 찾는다.
한편, 최근 공사 과정에서 오래전 문 닫은 수련원의 벽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자 한 무속인(김강우 분)도 이곳을 찾는다.
한밤중 수련원을 찾은 그는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주문을 문에 적는다.
수련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그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분명 이곳에 본인 혼자인데, 1996년의 대학생들도 한 공간에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귀문>은 섣달그믐 보름달이 뜰 때 생기는 귀신의 통로인 ‘귀문’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감독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를 통해 극장이 아닌 ‘귀신의 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4DX 버전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별로 무섭지도 않은 장면에서 갑자기 의자를 좌우로 흔들어 놀래키고, 때때로 뜨거운 바람을 목덜미에 쏘아댄다.
처음 한두 번은 넘어갈 수 있으나 꽤 자주 그런 방식으로 관객들을 ‘공격’하는 까닭에 나중엔 이 영화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짜증이 나서 저절로 욕이 나온다.
뭐든지 과하면 아니 한 것만 못한 법인데, 극장이 아닌 ‘귀신의 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미처 관객의 짜증은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3일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DX와 스크린X를 총괄한 오윤동 CP(책임프로듀서)는 버전별로 결말이 다르다며, 여러 포맷의 영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기 싫다면 그냥 가장 평범한 2D 버전을 보길 권한다.
딱히 전하고자 메시지도 약하고, 중간에 대충 반전이 뭔지 맞출 수 있는 뻔한 공포영화 <귀문>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